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기업 투자 애로 해소를 ‘특별 주문’한 것은 2기 경제팀의 색깔을 기업 친화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임명식 직후 환담 자리에서 “특별히 주문할 것이 있다”며 “현장과 소통하며 기업 투자애로가 뭔지 방법을 찾는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하고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경제사령탑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홍 경제부총리는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자동차 부품소재 업체를 찾기로 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주력 산업 경쟁력 확보”를 꼽았던 홍 부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10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오는 13~14일께 첫 현장 행보로 자동차 부품소재 업체를 방문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9일 지명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밝혔었다.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자동차 부품 산업 지원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수차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제조업 지원책을 주문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꼭 집어 “대출자금 만기연장 같은 단기적 조치는 물론 미래형 산업차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지원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실제 완성차 업체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는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주요 43개 부품업체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4.6%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3·4분기보다 더 떨어졌다.
역대 부총리의 취임 후 첫 공식 현장일정은 늘 뜨거운 관심사다. 당시 경제 상황과 그에 따른 경제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전임자였던 김동연 전 부총리의 경우 첫 현장방문지로 일자리 우수기업인 한 정보기술(IT)업체를 선택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초대 부총리로서 고용 창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포석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장이었던 현오석 전 부총리는 ‘생활물가 안정’ 기조를 강조하고자 취임 직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찾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2기 경제사령탑’으로서 임기를 개시했다. 홍 부총리의 첫 공식일정은 11일 개최되는 국무회의 참석이다. 이어 이튿날인 12일에는 기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바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홍 부총리가 후보자 때 “경제장관회의를 경제활력회의로 바꿔 민생경제 회복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날은 통계청이 ‘11월 고용동향’을 공표할 예정이어서 홍 부총리가 계속된 고용 한파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 밖에도 홍 부총리의 향후 일정과 관련해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와 한국은행·국회 방문 일정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홍 부총리는 오는 17~18일께 예정된 정부의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최종 점검에도 박차를 가한다. 특히 기재부는 홍 부총리의 지시에 따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각각 6개월·12개월 내 할 수 있는 과제로 나누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앞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발표) 일정을 공개하고 6개월 정도 앞서서 정부의 대책을 예고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세종=빈난새기자·윤홍우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