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김소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권욱기자“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인생 경험이 더욱 다양해졌어요. 그만큼 인생의 깊이를 더욱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5년만에 엘리자벳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김소현은 이같이 말하며 “5년 전에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엘리자벳과 인생 자체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제 요제프와 첫눈에 반해서 결혼하지만 고부 갈등과 아들 루돌프의 죽음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 가상의 인물인 ‘죽음’과 사랑에 빠지는 합스부르크왕가의 마지막 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엘리자벳’은 5년 전 공연에서 아쉬움이 컸기에 배우 김소현에겐 더욱 각별한 작품. 그래서 그는 이번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엘리자벳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실제로 오스트리아 빈에 가보기도 했을 만큼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쏟았다. “지난번에는 일단 너무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앞섰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정말 엘리자벳을 느끼고 싶어서 빈에도 갔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엘리자벳이 걸었던 계단도 걸어보고 입었던 옷도 입어 보면서 그곳에서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었을지를 좀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김소현의 ‘엘리자벳’ 무대가 관심을 모으는 또 다른 이유는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로 남편 손호준과 부부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다.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케미’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명성황후’를 할 때도 그랬지만, 저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모습과 일상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드려서 과연 관객들이 진지한 극에 몰입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됐어요. 가능한 같은 무대에 특히 부부로는 오르고 싶지 않았는데, ‘명성황후’ 때도 반응이 좋았고, 이번에도 역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에는 절대 같이하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서울대 성악가 출신인 김소현은 청아하고 맑은 음색이 매력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스피커가 찢어질 정도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다. “성악에서 뮤지컬로 진로를 바꾸면서 발성법을 바꾸는 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어요. 성악 전공자들은 ‘샤우팅’은 목이 상해서 지르는 목소리로 안 넘어가거든요. ‘샤우팅’은 자동 차단돼요. 이번 작품에서 ‘죽음’을 만날 때 제 노래를 듣고 다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고 하더라고요. ‘죽음’은 자신이 힘들 때 나타나는 존재이자, 스스로 내면과의 싸움을 은유한다고 생각했죠. 나와 또 다른 자아와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죽음’에 대해 생각했고, 깊이감이 정말 많이 달라지는 걸 스스로 느꼈어요.”
내년 2월1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은 김소현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도 화려하다. 옥주현과 신영숙도 엘리자벳을 맡았으며, ‘죽음’ 역에는 준수·레오·박형식이 각각 출연하는 것. “엘리자벳 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개성이 달라서 서로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스스로 연기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도 보완을 하는 것 같아요. ‘죽음’ 역을 맡은 남자 배우들은 정말 개성이 달라서 매력적이에요. 제대하고 바로 출연을 결정한 준수 씨는 카리스마 넘치고, 레오 씨는 정말 섹시하고, 형식 씨는 ‘솔직한 치명적임’이 매력이에요. 셋 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멋있어요. 물론 티켓도 잘 팔려서 좋죠.”
사진=권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