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빵집

-이면우作(1951~)

1215A38 시로여는수욜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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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 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저 집 레시피에는 동심 유화제가 추가되었군요. 삐뚤빼뚤해서 더 제맛이군요. 달달하기로야 백설탕 흑설탕에 꿀을 추가하면 되고, 고소하기로야 검은깨 흰깨에 아몬드 가루 뿌리면 되지만, 재료만으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온도가 저 빵에 있네요. 어른들의 배후에 아이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말랑말랑한 일인가요. 겉은 딱딱해도 속 부드러운 바게트 빵을 생각하면, 당신의 굳은 표정 속에도 꼭 지켜내야 하는 무엇을 짐작할 수 있구말구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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