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가 대표곡 ‘싱글레이디’의 뮤직비디오에서 착용한 장갑,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에서 노래를 부를 때 입은 가운…. 전 세계인의 눈이 쏠린 비욘세의 의상에는 모두 그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20년 가까이 비욘세의 스타일링을 맡아온 미국 톱 스타일리스트, 할리우드에서는 비욘세보다 더 알려진 셀렙으로 통하는 ‘타이 헌터’를 최근 인터뷰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와의 ‘이종협업’에도 도전했다. 현대차의 새로운 대형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사전 론칭 파티 ‘스타일 나잇’의 호스팅을 맡은 것. 그는 “현대차가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업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임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해당 행사를 맡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의 사전 론칭쇼를 스타일링한 것도 그가 그동안 해온 스타일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는 평일에는 옷·가방 등 내 일에 필요한 많은 짐을 옮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말에는 친구 여러 명과 함께 놀러 다니기에 좋은 차”라며 “차에 무엇을 싣느냐에 따라 그 기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마치 패션 아이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의 대표 아이템으로 ‘클러치’를 선보였다. 차에 오르고 내리는 순간도 스타일리시해야 한다고 믿는 그다.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갈 때 아무리 차가 있더라도 노트북·전화기·지갑·열쇠 등을 스타일리시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안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가방처럼 자동차도 스타일과 기능을 모두 갖춘 패션 아이템이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타이 헌터는 클러치와 함께 국내 유명 디자이너인 박윤희 그리디어스 디자이너와 협업한 의상 20여 벌도 선보였다. 모두 팰리세이드의 디자인과 로고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이를 흥겨운 일렉트로닉 디제잉 음악이 어우러진 패션쇼로 선보이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후 애프터파티가 진행되며 행사에 초대된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행사 그 자체를 즐겼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파티를 이용해 제품 론칭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이 방법이 효과적인 것은 소비자를 비롯해 언론·관계자 등이 제품 뒤에 숨은 영감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스타일 나잇’에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이 초대됐다. 24세 딸을 둔 그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우리의 가까운 미래”라며 “이들의 생각을 아는 것은 스타일링을 위해서인 것도 있지만 이전 세대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중소기업협회(SBA) 산하 단체 ‘마이 브러더스 키퍼 이니셔티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외에도 졸업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는 여자아이들을 위한 자선단체 ‘글램 포 굿’에서도 일하고 있다.
톱 스타일리스트가 일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핵심은 고객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으로 고객이 행사장에서 어떤 옷을 입어도 충분히 편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사진에 담길 성공적인 스타일링을 위해 그는 행사 자체의 목적은 물론이고 카펫의 색과 모양, 주변 경치까지 샅샅이 연구하는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성공적인 스타일링에 대해 그는 “스타일은 주기를 갖고 반복된다”며 “그 사람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고 언제 봐도 촌스럽거나 이상하지 않은 스타일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용 스타일리스트는 없지만 스스로 스타일을 개선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그의 조언이 신선하다. “패션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우리가 가장 첫 번째로 입고 있는 옷은 다름 아닌 피부이고 내 피부에 대해 편안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옷을 고를 때 ‘기분’을 입는다고 생각하세요. ‘적절한 옷(무난한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내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자신감과 행복이 생기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