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동수당·보육료·가정양육수당 등 여기저기 흩어진 양육비용 지원정책을 아동수당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모와 보육시설에 지급되는 영유아 양육지원에만 연 10조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국민들의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지원체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동수당의 추가 확대에 여야가 합의한 만큼 각종 현금성 지원은 아동수당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공공 보육·양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
12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양육지원체계 개편방안 마련에 착수한다. 저출산위는 지난 7일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아동 중심으로 양육지원체계 및 육아휴직제도 개편’을 가장 시급한 사회적 합의 추진 어젠다로 꼽고 “아동수당·보육료·양육수당 등 각종 지원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계획에 대해 “보편수당인 아동수당의 확대 기조에 발맞춰 아동수당을 중심으로 각종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통폐합하는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뜻”이라며 “내년 4월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 전까지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양육지원정책은 아동수당과 보육료·유아학비 지원, 가정양육수당이 대표적이다. 모두 현금성 지원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내년도 예산만 10조2,757억원에 달한다. 올해(8조9,587억원)보다 약 14.7% 늘었다.
내년부터 소득·재산에 관계없이 100% 지급되는 아동수당 예산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2조1,627억원으로 올해(7,096억원)보다 3배 많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0~2세) 보육료 지원금도 3조4,053억원으로 올해(3조2,672억원)보다 4.2% 늘었다.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를 위한 누리과정 지원금은 3조8,153억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만 0~6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은 8,923억원으로 확정됐다. 시설보육 지원에 대부분의 양육지원 예산이 투입되는 실정이다.
2012~2013년 무상보육 도입이 시작된 후부터 각종 양육지원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특히 아이 연령이나 부모의 취업 여부, 가구소득에 관계없이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은 시설보육을 지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반대로 가정양육에 대한 지원은 터무니없이 낮다. 만 0세 영유아를 집에서 키울 경우와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내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 격차는 5배까지 벌어진다. 그 결과 시설보육을 이용하는 아이가 급증하면서 질 개선은 뒷전이 되고 정부의 재정부담만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최은영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12시간 무상보육을 하는 나라는 없다”며 “무상보육이 ‘어린이집에 안 가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가수요가 번졌다”고 진단한다.
국회와 저출산위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 잠정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저출산 예산은 현재 종류가 굉장히 많다”며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배 수준”이라며 “양질의 공보육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고 양육지원체계 손질의 필요성을 밝혔다.
각종 현금성 양육지원정책 개편의 중심은 아동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내년부터 아동수당 100% 지급에 합의한 데 이어 앞으로 대상을 계속 확대해갈 것임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아동수당 도입 여부가 논의되던 지난해 7월 “아동수당을 도입하게 될 경우 현행 보육료·가정양육수당 지원과의 조정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편복지수당으로서 아동수당이 갖는 상징성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아동수당은 기존 양육지원과 달리 모든 아이에게 아동권리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라며 향후 양육지원체계 개편 논의가 궤도에 오르면 아동수당이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