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적립식펀드 '부활 예감'

변동성 장세에 거치식보다 선호

수탁액 5개월째 늘어 10월 37.9조

글로벌 증시 불안 내년까지 지속

당분간 판매 증가세 이어질 듯




지난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이후 속절없이 추락했던 적립식펀드 규모가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하반기부터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탓에 투자자들이 거치식보다 적립식펀드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증시 불안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적립식펀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적립식펀드 규모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6월 37조649억원에서 7월 37조2,679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10월에는 37조8,778억원까지 불어났다. 적립식펀드 전성기인 2000년대 중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펀드 증가세는 9년 만에 처음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재테크 필수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적립식펀드 열풍은 대단했다. 직장인들이 매달 월급의 일정 수준은 적립식 주식형펀드에 투자했고 증시는 한동안 상승세를 타며 투자 열기에 보답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적립식펀드 수익률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설정 규모도 2009년 5월 77조5,401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다 2013년 40조원대, 2017년에는 30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전체 공모펀드 대비 비중도 30%대에서 10%대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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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적립식펀드가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올 하반기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적립식 투자는 정해진 금액을 일정한 주기로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정액분할매수’다. 같은 금액을 주기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가 고평가된 시점에 전량 매입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통상적으로 대세 상승장에서는 목돈을 한 번에 넣는 거치식펀드가 유리하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적립식펀드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몇 년, 특히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뚫고 코스피 3,000을 목표로 할 정도로 상승했기 때문에 적립식펀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최근처럼 조정장이거나 예측하기 힘든 변동성이 클 때 적립식 투자가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투자증권은 10년 만에 적립식펀드 마케팅에 나섰다. 올 상반기 적립식 투자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적립식 플랜’을 선보인 것. 한투증권 관계자는 “올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상품 투자전략으로 적립식 투자를 내세웠다”며 “올 들어 적립식펀드 규모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적립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는 없다”며 “1년 적립을 계획하고 그전에라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환매하는 등 불안한 시장에는 적립식 투자로 반등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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