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전력과 에너지를 주력사업 중 하나로 둔 히타치가 ABB 송배전 부문을 인수합병(M&A)하는 작업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ABB는 송배전 부문을 분사화한 다음 히타치에 매수하고 합작투자 형태로 지분 일부를 소유하는 형식의 계약체결을 고려하고 있다. 히타치는 이번 인수를 통해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분야의 전력사업 확충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면 히타치의 중전기 분야 매출 규모는 세계 2위인 독일 지멘스에 맞먹은 규모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히타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자력 사업이 침체되자 전력·에너지 사업 부양이 급선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정보통신 시스템 부문 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전력 분야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ABB의 스마트 그리드 부문 인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ABB 전력망 사업부는 인도와 중국, 북미, 유럽 등지에 변압기와 송전, 배전 장비와 제어시스템 등을 판매한다. 2017년 기준 약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ABB 연간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히타치가 ABB에서 전력망 사업을 인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ABB는 북미 유럽은 물론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판로를 갖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전력 인프라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잠재적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신흥시장은 물론 남미와 유럽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시장장악력이 높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