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은행도 최저임금 부작용 인정

최저임금 미만자 비율 1%P↑

월평균 급여 1만2,000원 줄어

임금 낮은 영세업종 생산성 악화

최저임금 인상시 업종별로 영향 달라

지난 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서 관계자들이 폐업 점포에서 나온 업소용 조리 기구와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다./권욱기자지난 2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서 관계자들이 폐업 점포에서 나온 업소용 조리 기구와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다./권욱기자



한국은행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시간과 소득이 줄고 영세 제조업종의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자의 소득을 보전해준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수요를 감소시켜 임금소득을 줄이는 ‘역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한은이 14일 발표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들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1시간, 2.3시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시간 감소로 이들의 월 평균 급여는 1만2,000원, 1만원 감소한다. 최저임금 미만자는 시간당 임금이 그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를, 최저임금 영향자는 임금이 다음 연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보수 격차도 소폭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 비율이 1%포인트 늘어나면 이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의 월 평균 급여차는 각각 8,000~9,000원, 6,000원씩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 급여차 196~197만원의 0.3~0.4% 수준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0년~2016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를 토대로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와 한은 경제연구원이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를 추정한 것이다.
임현준 한은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분석 대상 기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근로자의 근로시간 축소와 소득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2018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확대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 비율의 상승폭도 높아졌을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하면 영향이 이전과 다른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최저임금과 생산성:우리나라 제조업의 사례’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규모가 작거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업체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생산성과 임금·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영향률이 5% 상승하면 의복·의복액세서리·모피제품, 가죽·가방·신발, 가구, 비금속광물 분야의 생산성이 하락했다. 반면 금속가공, 자동차·트레일러, 1차금속, 식료품 등은 생산성이 개선됐다. 제조업 전체로는 생산성이 높아졌다. 이런 차이는 최저임금 영향률이 업종별로 다른 데서 비롯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영향률이란 총임금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로 최저임금의 1.2배 이하를 받는 근로자가 대상이다. 업종별 최저임금영향률을 보면 식료품과 의복은 20% 이상, 석유정제와 기타운송수단 등은 5% 이하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소규모 기업이 30% 이상인 반면 대기업은 5% 이하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최저임금영향률이 클수록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상승률은 더 높게 나타나고 그 효과가 상용근로자에게 더 많이 작용했다. 반면 고용증가율은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하는 근로자는 혜택을 보지만 고용감소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늘어 인상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모든 유형 근로자의 고용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육승환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고용과 임금·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연령별·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