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밀려 제조 경쟁력 기반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어요. 시화·반월공단 등도 공동화 현상도 있고요. 저희가 온라인 제조 플랫폼으로 다시 한번 뿌리산업도 살리고 스타트업 활성화도 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고산(43·사진) 에이팀벤처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D 프린팅, CNC, 금형사출, 회로설계 등을 비롯한 제조 노하우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가미해 공장이 없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과 일감이 부족한 중소 제조사를 연결시키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로 에이팀벤처스의 온라인 제조 플랫폼인 ‘크리에이터블’에 시제품 도면을 올리면 1주일 이내에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 만들지 잘 모르고, 양산 단계로 가도 어떤 공장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시제품 때 제작한 설계를 양산 과정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제조사도 고객을 찾고 관리하는 데 애로가 큰 게 현실이다.
“크리에이터블은 제조의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제공하죠. 벤처·스타트업은 질 좋은 공급처를 바로 찾을 수 있어 아이디어를 내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제조사는 현재 70% 정도밖에 가동을 못하고 있는데 고객을 제공받을 수 있다면 제조혁신에 더 신경 쓸 수 있잖아요. 스타트업도 살리고 제조 기반인 뿌리산업도 키우게 돼 시너지가 나는거죠.” 이는 에이팀벤처스가 2014년 창업 이후 2년간 집중적으로 3D프린터와 IoT(사물인터넷) 장치도 만들고 3D 프린팅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하드웨어 제조와 웹서비스 개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어린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에서 천장이나 벽에 동화장면까지 투사해주는 스토리 프로젝터를 개발하고 싶어 했으나 막막했다. 이때 에이팀벤처스는 그 컨셉을 3D 도면으로 만들어 시제품을 만든 뒤 제조사에 금형사출을 맡겨 대량생산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배달 로봇. DSLR 360도 촬영마운트, 가상현실(VR)용 헬멧 등의 첨단 시제품도 척척 만들어준다. 특히 제조 컨설팅은 물론 품질 검수와 납기까지 꼼꼼히 챙겨줘 당초 중국 등에 맡겨 제조하려던 벤처·스타트업의 주문이 들어오곤 한다고 고 대표는 귀띔했다.
고 대표는 “온라인 제조 플랫폼은 제조업 부활을 꾀하는 미국에서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도 전망이 양호하다”고 자신했다. 미국에서는 ‘제조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조메트리를 비롯해 픽티브·플레소라 등이 온라인 제조 플랫폼을 하며 수백억원씩을 투자받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제조업 기반이 요즘 중국에 밀리지만 미국보다는 좋은 편이죠. 과거에 ‘청계천 한 바퀴만 돌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빠르게 제품으로 나오게끔 지원하고 투자도 활성화하면 중국 심천과 같은 제조 혁신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심천에 지사를 두고 협력망을 구축한 고 대표는 국내에서 온라인 제조 플랫폼이 확산되면 해외 진출도 꾀하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