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이 최대 격전지인 호데이다 지역에 대한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만명 이상이 숨지고 2,200만명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등 금세기 최악의 ‘인도적 참사’로 불리는 예멘내전이 4년 만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포린폴리시(FP)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정부와 반군 간의 평화협상이 진행된 스웨덴을 방문해 “호데이다 지역에 배치됐던 병력과 무기를 즉각 철수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은 이번 예멘 정부와 반군 간의 협상을 중재해왔다. 호데이다 지역의 휴전은 14일부터 발효된다.
양측은 협정에 따라 유엔 통제하에 호데이다 지역에 공동경비위원회를 두고 항구를 개방해 외부지원 물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호데이다 항구는 예멘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 사나로 향하는 핵심 통로다. 하지만 구호물자의 약 75%가 유입되는 이 항구가 지난 6월부터 사실상 봉쇄되면서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는 예멘인의 인도주의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예멘내전이 ‘휴전 합의’라는 극적 반전을 맞은 데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이란을 눈엣가시로 여긴 미국은 사우디의 예멘내전 참여를 묵인했으나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목되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입장을 바꿔 사우디를 압박해왔다. 미국 상원은 이날 예멘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지원 중단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대다수 중동 전문가들은 이 합의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고 있다. NYT는 “협상 내용에 모호한 구석이 있어 명확히 결론을 내야 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멘 정부와 반군은 내년 1월 2차 평화협상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