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이 또 다시 일을 냈다. 이 회사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복제약)인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가 미국 진출장벽을 넘었다. 이로써 전 세계 바이오기업중 최초로 유럽에 이어 미국에까지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진출시킨 기업이 됐다.
셀트리온은 자사의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판매허가를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의 FDA 승인을 받은 데 이은 쾌거다.
허쥬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넨테크가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허셉틴’이다. 허셉틴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액 74억3,500만달러(약 8조4,300억원)을 기록해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장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셀트리온은 이번에 ‘바이오시밀러 3총사’의 막내인 ‘허쥬마’까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주요 바이오기업에 대한 회계감리로 국내 바이오업계 전반이 악재에 놓인 가운데 거둔 결실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종(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24조원어치 팔렸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약 14조원에 이른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양분하지만 유럽에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가 46종인 반면 미국에는 16종 밖에 없다. 그만큼 미국 의약품 시장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램시마가 지난 2016년 4월 미국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로 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트룩시마와 허쥬마는 FDA의 까다로운 심사로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FDA 승인심사 중에서는 일부 공정에 사소한 문제가 발견돼 심사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3총사가 모두 FDA의 장벽을 넘어서면서 셀트리온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허가 만료된 원본약을 생물학적 방법 등을 통해 복제해 생산되는 바이오시밀러는 일반적으로 원본약보다 저렴해 출시국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을 개척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력을 벌이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셀트리온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지난 3월 유럽에서 ‘온트루잔트’를 셀트리온보다 2개월 일찍 허가받아 유럽 첫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이름을 올렸다. 온트루잔트는 이르면 내년 초 FDA 허가가 유력하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업계 최다인 바이오시밀러 3종을 미국에서 허가받은 것은 막대한 연구개발 인력과 마케팅 비용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를 제치고 이뤄냈기에 더욱 값진 성과”라며 “국내에서는 회계처리 논란으로 바이오기업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연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