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지난해 국회에 인명사고 발생 건수를 축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부발전 등에 따르면 2017년 국정감사 당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2008∼2017년 발전소 인명 사상자 자료에서 서부발전은 ‘9년간 44건의 산재가 발생해 사망자가 6명’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2011년 9월 28일 발전시설 외벽공사 중 하청업체 직원 3명이 추락해 2명이 숨진 사고와 2016년 2월 18일 컨베이어벨트 고정 공사 중 시멘트를 타설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추락사한 사실을 누락한 것이다. 이들 사고 사망자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이 밖에도 서부발전은 화력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11월 15일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정비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다친 노동자를 구급차 대신 자가용으로 병원까지 이송했다. 태안화력방재센터에 알려 구급대원의 안전조치를 받도록 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숨졌고 하청업체 측은 사고 사실을 뒤늦게 경찰에 알렸다.
이에 앞선 11월 1일 3호기 보일러실 인근에서 용접 작업 도중 불똥이 가스에 옮겨 붙으면서 폭발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2명이 얼굴과 손 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사고를 숨겼다. 산업재해로 감점을 받으면 해당 발주처로부터 입찰에서 배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 사고를 축소하거나 은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서부발전 측은 사망자 축소 의혹에 대해 “국회에 낸 자료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고용노동부를 통해 산재 처리된 내용을 받아서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의 한 관계자는 “화력발전소 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산재가 수두룩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그동안 암묵적으로 하도급사고를 숨기고 사고 책임을 하도급에 떠넘긴 한국서부발전의 횡포를 조사하고 사고 축소나 은폐가 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고와 같은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공기업의 경영성과 평가 등 성과주의가 빚은 참사”라며 “전기 생산 등 국가기본사업장에 대한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이제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