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산업부 등 관계 부처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되, 국민이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게 유족 측이 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태안 화력 발전소에 입사한 지 석 달도 안 된 스물네살 청년이 참담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영면한 고(故) 김용균씨의 명복을 빌고,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으로 망연자실하고 계실 부모님께 가장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동료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이어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을 입고 웃는 모습, 손팻말을 든 사진, 남겨진 컵라면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취임 초부터 국민 생명·안전 우선을 무엇보다 강조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히 원청·발주자 책임을 강화하는 등 산업 안전의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며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안뿐 아니라 비슷한 위험의 작업이 이뤄지는 발전소 전체를 오늘부터 점검하게 되는데,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지난달 국회에 송부했다”며 “개정법안은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모든 근로자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도급인의 책임 범위 확대와 유해 작업의 도급 금지, 위험성 평가 시 작업장 노동자 참여 보장 등 위험의 외주화 방지 방안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정·청은 적극 협력해 이 법안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력해달라”며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는데, 그간 성과가 있었지만 사각지대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노사 및 유관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에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도 “정부가 시행한 규정과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명확한 원인 규명을 강조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사업 성과보다 공공성과 안전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대책을 마련했는데 왜 현장에서 그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개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