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성노동자 70%, 직장 내 젠더 갑질 경험”

시민단체 '실태조사' 결과

성적 모욕감 발언·불필요한 사생활 질문 등 꼽아

절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구직에 어려움"

‘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개최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젠더갑질 실태조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선영 중앙대 HK+접경인문학 연구단 연구교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명숙 활동가, 이혜경 젠더로다시여는 연구소 선임연구원.) / 연합뉴스‘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 개최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젠더갑질 실태조사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선영 중앙대 HK+접경인문학 연구단 연구교수,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 명숙 활동가, 이혜경 젠더로다시여는 연구소 선임연구원.) / 연합뉴스



여성들이 성별로 인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입사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성희롱 등 각종 인권침해를 겪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 공간·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 등 4개 단체가 모인 ‘젠더(성·gender) 갑질 실태조사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KT 본사와 SK브로드밴드·딜라이브, 수도권 교육공무직,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282명을 대상으로 한 ‘젠더 갑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젠더 갑질’을 ‘입사, 임금, 승진, 업무 수행 등 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과 성적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조사는 올해 9월 15일∼10월 12일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구직 시 겪는 어려움을 묻는 말엔 ‘나이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회사가 없다’라는 대답이 29.1%(82명)로 가장 많았다. ‘여성을 적게 뽑거나 안 뽑는다’(24.1%·68명)라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질문에는 197명(69.9%)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197명을 대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더니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이 34.0%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불필요한 사생활에 관한 질문(25.9%), 회식 때 상사 옆에 앉게 하는 행위(21.6%) 등 순이었다. 음란물을 보여주거나(15.2%) 원치 않는 사적 연락이나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9.6%)도 있었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들 중 75.9%인 149명은 성희롱·성폭력 경험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는 ‘알려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57명·38.3%), ‘불이익이 있을까 봐’(28명·18.8%) 등을 많이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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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실태조사팀은 여성 노동자 8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면접을 통해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임금·승진 등에서 소외됐고, 돌봄 노동 같은 고정적인 성 역할 노동을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실태조사팀은 “젠더 갑질은 특정 사업장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자본의 논리와 가부장제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직장 내 젠더 갑질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

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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