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성별로 인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입사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성희롱 등 각종 인권침해를 겪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 공간·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 등 4개 단체가 모인 ‘젠더(성·gender) 갑질 실태조사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KT 본사와 SK브로드밴드·딜라이브, 수도권 교육공무직,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282명을 대상으로 한 ‘젠더 갑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젠더 갑질’을 ‘입사, 임금, 승진, 업무 수행 등 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과 성적 괴롭힘’으로 규정했다. 조사는 올해 9월 15일∼10월 12일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 구직 시 겪는 어려움을 묻는 말엔 ‘나이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회사가 없다’라는 대답이 29.1%(82명)로 가장 많았다. ‘여성을 적게 뽑거나 안 뽑는다’(24.1%·68명)라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질문에는 197명(69.9%)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197명을 대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물었더니 ‘성적 모욕감을 유발하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이 34.0%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불필요한 사생활에 관한 질문(25.9%), 회식 때 상사 옆에 앉게 하는 행위(21.6%) 등 순이었다. 음란물을 보여주거나(15.2%) 원치 않는 사적 연락이나 만남을 요구하는 경우(9.6%)도 있었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들 중 75.9%인 149명은 성희롱·성폭력 경험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는 ‘알려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57명·38.3%), ‘불이익이 있을까 봐’(28명·18.8%) 등을 많이 꼽았다.
한편, 실태조사팀은 여성 노동자 8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면접을 통해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임금·승진 등에서 소외됐고, 돌봄 노동 같은 고정적인 성 역할 노동을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실태조사팀은 “젠더 갑질은 특정 사업장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자본의 논리와 가부장제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직장 내 젠더 갑질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김은비 인턴기자 silverbi2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