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놓고 증권선물위원회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으로 법원에서 공방전에 돌입한다. 삼성바이오는 일체의 분식회계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증선위는 기존 판단을 고수하고 있어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1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한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놓고 1차 심문을 연다. 지난달 27일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에 불복해 모든 행정처분을 중지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심문에는 삼성바이오와 증선위가 각각 선임한 변호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는 우선 증선위가 고의성이 명백하다며 수정을 지시한 재무제표에 대해 반박할 계획이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상장을 위해 재무제표를 유리한 쪽으로 작성했다며 즉각 이를 수정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여기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대 주주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권한도 당시 행사 가능성이 불투명했다는 내용도 함께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정대로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이미 콜옵션 행사가 끝난 현재의 재무제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과거의 재무제표만 바뀌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나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건전성을 가늠하는 평기기관 모두에게 효용이 없는 재무제표가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미 완료된 과거의 투자가 현재에 문제가 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이사 해임권고안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의 실질적 책임자가 김태한 사장이라며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했다. 증선위 결정에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삼성바이오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해임안건을 상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박에 나섰다.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 대표이사의 평균 임기는 10년 안팎으로 다른 산업군보다 긴 편인데 이는 수주계약부터 상업생산에 이르는 기간이 오래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11년 초대 사장으로 부임해 삼성바이오를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으로 키워낸 주역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10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끝에 주식 거래정지를 해제하고 상장적격성을 인정한 것도 행정처분 집행정지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공익 및 투자자 보호를 평가하는 만큼 한국거래소가 이 부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의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삼성바이오는 이번 분식회계 논란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반면 집행정지가 최종적으로 기각되면 삼성바이오는 재무제표 수정, 과징금 80억원 납부, 대표이사 해임권고안 주주총회 상정 등을 이행해야 하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