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에게 KBS2 ‘최고의 이혼’은 도전이었다. 친근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조석무로 분해 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선보인 것. 실제로 가정적인 남편이자 친근한 아빠로 알려진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될 수록 ‘인생 드라마’라는 마니아들의 평을 이끌어내며 우려를 잠재웠다.
“그동안 결혼한 캐릭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이 완전히 변신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어떤 역할을 해도 연기 스타일이 완전히 변하진 않겠죠. 그런 능력도 많지 않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잖아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면서 그 역할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타의 배우들이 ‘변신’을 꿈꾸며 전혀 다른 역할에 도전장을 내민다면, 차태현은 그와는 방향이 다소 달랐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자신을 원할 때, 즐거운 에너지가 터져나온다고 했다. KBS2 ‘1박 2일’이나 MBC ‘라디오스타’가 바로 그러했다.
“사실 ‘1박 2일’은 게스트 섭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고정 출연을 제안하셔서 정말 뜬금없었어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왜 내가 필요할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어요. ‘라디오스타’ 역시 그렇구요. 내가 그 끝자리에서 어떤 역할로 어떤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출연하게 됐죠. ”
“이번 작품 역시 비슷해요.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해왔었고, 평상시 제 웃는 이미지와는 다른 석무 캐릭터를 제안하셨어요. 결혼한 역할 자체도 처음이고, 나이도 저와 맞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었어요. 누군가 저에게 다른 모습을 떠올렸다는 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나요.”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극본 문정민·연출 유현기) 평균 시청률 3%대, 최저 시청률 1.9%로 다소 저조한 성적을 안겼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본전’인 차태현에게 시청률은 최대의 관심사이자 걱정거리였다. 다소 걱정이 커져가고 있었지만 쉽게 “시청률이 이렇게 나오면, 우리 드라마 망한건가요”라고 물어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종영 2주 전에 감독님이 ‘시청률은 낮아도 광고는 많이 붙었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때부터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광고가 많이 붙어서 본전 이상을 했다는 말을 듣고, 그 다음부터는 편해졌어요. 드라마는 사실 어떻게 해야 본전인지 몰라요. 제작진들이 이야기 안 해주면 모르거든요. 영화는 손익분기점이란 게 있어서 수치가 투명하잖아요.
그렇기에 그가 힘주어 말하는 ”같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망하지 않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는 외침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영화든 드라마든 첫 번째가 작품이 망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같이 고생한 사람인데 망하면 같이 속상하고 너무 힘들어요. 전 연기자니까, 이거 하나 망했다고 해서 바로 다음 작품에서 망하는 게 아니죠. 배우는 데미지가 바로 오는 게 아니라 쌓여서 와요. 반대로 제작자는 한번 망하면 복구하기 힘들어요. 그런 것에 대한 미안함이 크죠.”
지난 1995년 데뷔한 차태현은 올해 24년 차 배우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의 진짜 뜻을 짚어주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본전이 가능한 배우’ ‘본전 확률이 높은 배우’ 가 되는 것이었다. 배우가 자신의 연기만 퀄리티 있게 보여준다고 해서 작품의 본전과 직결되는 건 아님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 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죄송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연기의 1순위는 ‘본전’입니다. 내 연기의 본전이 아니라, 작품의 본전을 말하죠. 그게 지켜졌을 때, 배우 역시 성공적인 변신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차태현은 ‘변신’에 대한 신중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변신이 어려운 게 아니라 변신을 해서 성공하는 게 어려운 거죠.”라고 말했다. 배우가 갑자기 변환점을 위해, 변신을 강행하는 무모한 일은 그가 원치 않는 일이었다.
“제가 작품을 제작하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잖아요. 큰돈을 들여서 만드는 작품이잖아요. 잘 맞으면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은데 아직 그렇게 확실히 변신하는 역할이 들어오진 않더라고요. 모든 상황이 다 맞으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은 커요. 언젠가는 당연히 도전 해 보면 좋죠.”
“배우로서 대단한 목표를 세워놓고 있진 않아요. 점점 나이들수록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 형들이 하는 그 나이에 맞는 자연스런 연기를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들이 생겨요. 그게 바로 저의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