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경기 직관(직접 관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선수들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디와의 대화는 물론 숨소리까지 바로 코앞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 샷을 한 뒤 외치는 ‘굿 샷’ 격려나 홀 간 이동 때 건네는 응원의 말에 선수들은 모자챙을 잡고 인사하는 등 즉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너무 가깝다 보니 ‘사고’도 생긴다. 갤러리 반응이 선수의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선의의 팬이 대부분이겠지만 개중에는 팬을 가장한 방해꾼들도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18일(한국시간) 올 한 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정리하며 악질 갤러리의 추태를 꼬집었다.
지난 2월 피닉스 오픈 1라운드 18번홀. 조던 스피스(미국)가 다운스윙할 때 난데없이 한 여성이 “감자튀김!”을 외쳤다. 컷 통과가 걸린 2라운드 마지막 퍼트 때는 한 남성이 “조던, 너한테 100달러 걸었다고!”라고 소리를 질러 주의를 흩뜨렸다. 스피스는 결국 그 퍼트를 놓쳐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8개월 만의 첫 컷 탈락이었다. 피닉스 오픈은 자유로운 응원과 음주 허용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대회기는 해도 스윙이나 퍼트 중 의도를 가진 방해는 당연히 금지 행동이다.
7월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희생양이 됐다. 최종 라운드 18번홀 그린. 연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우즈는 신중하게 백 스트로크를 했다. 그러나 임팩트 직전 새어나온 갤러리 소음에 그르치고 말았다. 우즈는 소음이 나온 쪽을 향해 “대체 뭐하시는 거냐”고 항의했다. 그는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에 3타 뒤진 5언더파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고 인기 스타이다 보니 우즈는 이런 일을 드물지 않게 겪는다. “들어가라(Get in the Hole)”라는 응원을 꼭 임팩트 직전에 외치는 밉상 팬이 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2월 혼다 클래식에서 응원 아닌 저주에 분을 참지 못했다. 마지막 라운드 티샷 직전에 “벙커에 빠져라(Get in the Bunker)”는 외침을 들은 것이다. 토머스는 문제의 갤러리에게 “계속 그런 식으로 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회에서 끝내 우승한 토머스는 이후 트위터를 통해 “갤러리에 대한 내 행동이 지나쳤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벙커에 빠지라는 소리를 그때 그 한 번이 아니라 반복해서 해댔다. 우리 조 전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응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