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매크로 관련 법안은 20여건에 달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대부분의 법안이 논의는커녕 길게는 2년 동안 소관위 접수 상태로 잠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발의된 정보통신법 개정안 중 매크로를 활용한 티켓 구매를 제한하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2월 온라인상에서 매크로를 돌려 대량의 티켓을 독점적으로 예매하고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정 의원과 박경미 의원도 매크로를 통해 취득한 재화의 가격을 높여 되파는 행위를 규제한다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지난해 3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유동수 민주당 의원의 경범죄처벌법 개정안, 윤영석 한국당 의원의 공연법 개정안, 전희경 한국당 의원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온라인상에서 매크로로 구입한 티켓에 웃돈을 붙여 파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티켓에만 국한됐던 매크로 이용 금지를 다른 분야로 넓힌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지난 2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현행법과 달리 매크로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과 이를 주선하는 제3자를 모두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조직적·악의적 댓글을 생산해내는 해내는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올 4월 드루킹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며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 조작을 근절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줄줄이 나왔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매크로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언론 댓글조작 시 가중 처벌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공직선거법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여론조작을 위해 언론사와 포털에서 유통되는 기사에 작성되는 댓글을 조작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보통신망법도 추가 발의했다. 박대출·오세정·박완수·이종배·정동영 의원도 같은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어 김성태·이언주 의원은 여론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책임 강화하는 신문 진흥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개정안은 모두 발의 후 접수 상태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통신법의 경우 모두 부당한 이익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크로를 제재하자는 같은 내용인데 개정안 수만 많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반영돼 개정안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특정 사건이나 시즌에만 관련 발의가 남발되다가 결실은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