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고등학생 10명이 참변을 당한 사고에 대해,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가스보일러를 정밀 감식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19일 펜션 내 가스보일러를 뜯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낼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펜션 건물 2층 발코니 끝쪽 보일러실에 놓인 가스보일러의 연통은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하지만 배관과 연통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학생들 구조 당시 소방당국이 펜션 내 일산화탄소(CO)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8시간 기준 20ppm)보다 높게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펜션 관계자가 학생들을 발견할 당시 문을 열면서 환기가 됐고 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면서 또 한차례 환기가 됐음을 고려하면, 최초 발견 전 일산화탄소 농도가 굉장히 높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숨진 학생들에 대한 부검 여부도 유가족 등과 협의해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피해자 보호팀을 구성하고 유족 등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렇게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압산소 치료를 받는 학생 7명도 경미하지만,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부상 학생 5명은 강릉아산병원에서, 2명은 원주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는 중이다.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학생들은 현재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중 1명은 이름을 말할 정도로 경미하게 호전됐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환자들이 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의식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들어올 때보다는 약간 호전 추세”라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은 “오늘부터 의식이 어느 정도 좋아질 때까지 하루 2번 고압산소 치료를 할 예정”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사망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합병증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수능시험을 마친 서울 은평구 대성고 남학생 10명은 지난 18일 오후 1시 12분경 강릉 경포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3명이 숨지고, 7명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