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능 끝나면 안가도 되는곳"…학교 50일간 시간 때우기 비판

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하지만 부실

일부 학교선 체험학습 '종용'하기도

강릉 펜션사고로 '논란' 수면위로

강릉 펜션 사고로 사상한 1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던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가 사흘간의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학교 경비원이 교문을 닫고 있다. / 연합뉴스강릉 펜션 사고로 사상한 1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던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가 사흘간의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학교 경비원이 교문을 닫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입시를 마친 고등학교 3학년 10명이 체험학습으로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능 후 고3’을 위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다닌 서울 대성고에선 이번 주가 3학년 대상 ‘교외체험활동 주간’이었다.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은 체험학습을 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오전 수업만 받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뒤 고3은 학교에서 ‘할 일이 없다’. 수시모집 전형은 대체로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에 끝나고 정시모집은 예체능계를 빼고는 대학교별 고사가 없어 따로 준비할 게 없다. 이 시기 고3에게 학교는 ‘안 가도 되는 곳’이다. 교사들도 12년간 대입 입시로 고생한 학생들에게 또 공부를 강요할 수는 없어 최소한의 관리만 한다.


일부 학교는 체험·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하지만 부실한 프로그램이 많다. 최근에는 한 고교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패션·메이크업·다이어트 강의를 진행하려 했다가 같은 학교법인 소속 남학교에서는 역사·문화·체육프로그램을 계획했다는 점과 비교돼 시대착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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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 3학생들은 입시가 끝난 후 ‘체험학습’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이 허가한 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되기에 ‘합법적’으로 학교를 빠질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지침을 보면 체험학습은 ‘교육적 효과를 나타내는 활동’이어야 하지만 일부 고등학교는 친척방문 등 가족행사 참석이나 단순 여행 성격의 체험학습도 허락한다. 또한 학생·보호자의 자율적인 신청이 아닌 학교가 ‘종용’해 체험학습이 이뤄지기도 한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감은 “대부분 학교가 수능이 끝난 뒤 3학년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체험학습을 신청하게 한다”면서 “학생들을 학교에 나오게 하고 싶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입이 끝난 고 3교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당국도 수능 후 기간을 ‘학사운영 취약기간’으로 정하고 매해 대책을 제시하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능일이 ‘11월 셋째 주 수요일’에서 ‘11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목요일’로 앞당겨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목소리가 학교현장에서 나온다. 대성고의 경우 겨울방학 시작일이 내년 1월 5일이어서 이 학교 3학년생들은 지난달 15일 수능 이후 50여일간 학교에서 시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수능을 12월 초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온다. 11월 말에 마지막 기말고사를 본 뒤 12월 초 수능을 치르고, 12월 말 내신·수능성적을 산출해 입시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수능을 늦추면 대학들이 학교별 전형을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져 학생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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