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 3분기를 정점으로 ‘다운턴(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현지시간 17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지출액(Fab Equipment Spending)이 총 557억8,000만달러(약 62조9,000억원)로, 올해보다 7.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올해보다 7.5% 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67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데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 9월 보고서에는 작년 대비 14%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이번에는 9.6%로 하향됐다.
SEMI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반도체 설비투자가 내년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이례적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하반기 들어 전망치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을 주도했던 메모리 제품 가격이 하락세를 타는데다 주요 업체들이 미중 무역전쟁 등의 불확실성 요인을 감안해 설비투자 계획을 잇따라 조정한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는 종전 ‘3% 증가’에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19% 감소’로 대폭 축소됐다. 특히 메모리 업계 가운데서도 D램 부문(23% 감소)이 낸드플래시 부문(13% 감소)보다 설비투자 규모를 더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의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20억8,700만달러(13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올해보다는 무려 34.7%나 감소하면서 ‘글로벌 역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무려 84.3%의 증가율을 기록한 중국도 내년 2.0% 감소로 돌아서지만 총 119억5,700만달러로 우리나라를 바짝 추월하며, 대만은 오히려 24.2% 늘어난 114억3,8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삼성전자는 평택의 P1·P2 생산라인과 화성의 S3 생산라인의 설비투자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SK하이닉스도 내년에 D램 공정 확장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내년 설비투자 규모가 105억달러로, 올해보다 28%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워낙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내년에 큰 폭으로 줄어도 예년 수준 이상일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