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식품·물류·유통 1위 기업인 퉁이(統一)그룹이 웅진식품을 약 2,600억원에 인수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퉁이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웅진식품 지분 74.75%를 인수한다. 한앤컴퍼니는 이날 지분 전량을 2,600억원에 퉁이그룹으로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맺었다.
매각 측은 이번 인수전의 경쟁을 촉발하기 위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또 다른 대만 식품기업인 왕왕(旺旺)그룹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10월25일 본입찰 이후 두 달 가까이 최종 인수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유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론적으로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 한앤컴퍼니는 2013년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두 배 이상 차익을 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후 비용이 많이 들던 냉장 부문을 없애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퉁이그룹은 본입찰부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이후 비교적 협상 기간이 길었던 것은 진술보장과 손해배상 조건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인수자가 협상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잠재위험을 진술보장 항목에 넣고 실제 발생하면 배상하는 조건이다.
대만 타이난시에 본사를 두고 1967년 설립된 퉁이그룹은 식품제조와 함께 유통·물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밀크티를 주력 제품으로 라면·냉동식품 등 인스턴트 식품업에도 진출했다. 세븐일레븐과 스타벅스의 대만·중국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라면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4조6,429억원이다.
대만 기업이 인수하면서 웅진식품이라는 브랜드는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웅진식품 브랜드가 없더라도 ‘자연은’ 등 제품별 브랜드는 살아 있기 때문에 대만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으로 어필할 수 있다. 웅진식품은 2013년 한앤컴퍼니가 인수할 당시 일정 기간을 정해 브랜드 사용료 총액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번 매각 시 별도의 협상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웅진식품은 1990년대 중후반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히트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국내 음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2012년 부도를 맞아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2013년 9월 한앤컴퍼니에 950억원에 매각됐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 인수 후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지분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