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경기하방 압력에 다급한 中...'돈풀기'로 간다

인민銀 중기 유동성 방안 발표

금리 0.15%P 낮춰 은행대출 확대

기준금리 인상한 美와 달리

선별적 통화 완화 방식 택해

2115A12 중국



미국 주도로 대부분의 국가가 긴축에 들어간 가운에 중국은 거꾸로 경기 활성화를 위한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중국의 경기하방 압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안을 내놓았지만 향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범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저녁 ‘선별적 중기 유동성 지원창구(TMLF)’라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TMLF를 통해 연 3.3%인 일반 중소기업 대출금리보다 0.15%포인트 낮은 연 3.15% 금리로 상환기간이 최대 3년인 대출자금을 시중은행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싸게 돈을 빌린 다음 이 자금을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에 대출하도록 하는 조치다. 인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소기업 대상 재대출 한도를 기존 3,000억위안에서 추가로 1,000억위안 확대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날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25~2.5%로 조정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번 조치는 ‘선별적 금리 인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나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전통적 방식을 두고 특별 유동성 공급을 택한 데는 시중 유동성 공급은 늘리되 통화정책이 갑자기 완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이 돈을 푸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하방 압력이다.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경기하방 압력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4분기 6.5%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이 주요 기관에서 내놓은 내년 성장률을 종합한 결과 6.0% 내외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도 무역전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UBS는 5.5%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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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기준금리 자체를 내릴 형편도 못 된다. 중국의 기준금리(1년 만기 대출금리)는 2015년 12월 4.35%로 떨어진 후 3년째 고정돼 있다. 이번에는 시장에 충격이 큰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대신 유동성을 일부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반응을 살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목을 피하면서 민간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 것”이라며 “중국은 확실히 점진적으로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그는 “이 정도의 잠정조치는 시장 심리 회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성장 둔화를 멈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자금구조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두겠다는 속내가 있다고도 풀이된다. 국유인 중국 은행들은 국영기업 대출이라는 안이한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민영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꺼려왔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돈 풀기 행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0.52% 하락해 차가운 평가를 반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유동성 공급 조치를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시작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평가다. 내년부터 중국이 경제성장 둔화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지만 더욱 완화된 통화정책을 펴고 대규모 감세, 인프라 투자 등이 동반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진행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한편 내년도 중국 경제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이날부터 징시호텔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2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 시장개방 및 경기부양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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