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내 나이가 어때서…정장 트렌드도 바꾼 아재파탈

영포티 "깔끔한 외모가 곧 경쟁력"

롯데百 男 캐주얼 매출 60% 차지

패션업계 '큰 손' 겨냥한 디자인 선봬

타이 실크 소재서 니트로 지각 변동

팬츠는 가늘어지는 '슬림핏'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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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는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몸과 마음에서 2030대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외모·패션뿐 아니라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여가활동에도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이다. ‘가장 열심히 일할 때’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외모가 곧 경쟁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뿐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자신에게 투자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와 정점을 찍은 소비력이 합쳐지면서 이들은 어느새 유통·패션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올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남성캐주얼 매출을 살펴본 결과 4050대 고객 비중은 절반을 넘는 58.6%에 달했다. 구매력 최강자로 꼽히는 이들이 ‘아저씨 룩’을 버리고 유행에 민감해지면서 롯데백화점의 남성캐주얼 매출은 올 1~11월 기준 전년동기 대비 6.4% 신장했다.




이마트가 선보인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쇼앤텔’./사진제공=이마트이마트가 선보인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쇼앤텔’./사진제공=이마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구매력과 젊은 감각을 가진 고객이 바로 4050대 남성이며 이들을 겨냥한 행사와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의 중장년층 세대와 달리 이들은 온라인쇼핑에도 능하다.

티몬에서 40대의 매출은 지난해(1.1~12.17) 대비 올해 동기간 카테고리별로 많게는 221%까지 상승했다.

매출 증가세가 가장 높은 부문은 백화점 카테고리다. 티몬은 자사 채널에 롯데백화점을 입점시키고 패션상품과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핵심 소비층인 30대의 매출 신장률이 162%임을 감안했을 때 6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40대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여행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의 해외여행 상품 매출 신장률은 90%에 이른다. 여기서는 40대 여성의 구매가 남성들보다 더 두드러진다. 40대 남성의 해외여행 상품 매출 신장률은 75%인데 여성은 99%를 기록했다.

뷰티용품 구매도 늘었다. 대표적으로 40대의 네일케어 제품 구매는 105% 상승했고 스킨케어 제품도 37%가량 매출이 올랐다. 본인을 꾸미기 위한 주얼리류의 매출도 46% 증가했다.


이진원 티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제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젊은 마인드를 가지고 쇼핑과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40대가 증가하며 패션과 여행·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큰손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모바일 채널의 경우 바쁜 일상으로 직접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터치만 하면 구매와 배송이 완료되기 때문에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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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는 패션 시장의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이들은 투박하고 단조로운 정장 대신 개성을 표현해줄 수 있는 비스니스캐주얼을 선호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국내 남성정장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7% 감소한 3조9,4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영포티를 사로잡기 위해 패션 업계는 정장의 디자인과 소재를 젊은 감성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GALAXY)’는 기본 정장 외에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의 슈트 라인업을 강화했다. 울과 캐시미어 혼방 소재의 슈트는 은은한 광택감이 돋보이는데 차별화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영포티들에게 인기라는 설명이다.

정장과 함께 착용하는 타이도 달라졌다. 비즈니스캐주얼 바람으로 아예 타이를 착용하지 않기도 하지만 실크 소재 위주로 출시되던 타이가 니트로 제작되기도 한다.

개성을 추구하는 영포티들은 상하의를 동일 소재·디자인으로 입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른 제품과 교차 매치할 수 있는 셋업 슈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지난 10월 젊어진 디자인으로 새로운 라인 ‘GX1983’을 선보였다. 주요 아이템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다운, 서로 다른 스타일을 조합해 착용할 수 있는 셋업 슈트, 허리에서 발목으로 가며 가늘어지는 핏의 테이퍼드팬츠 등이다.

이탈리아 원단으로 다양한 비즈니스캐주얼을 선보이는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SUITSUPPLY)’도 영포티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트서플라이는 올 가을·겨울 시즌 전년동기 대비 170% 이상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0~40대 고객이 75% 이상 될 정도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35~49세를 일컫는 꽃중년 ‘뉴포티’ 세대가 남성복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속적인 남성복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꾸미기를 즐기는 이들이 시장 활성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이마트가 선보인 남성 전문 편집숍 ‘쇼앤텔(SHOW&TELL)’에서도 역시 비즈니스캐주얼류가 정장류보다 강세다. 특히 캐주얼 팬츠 및 아우터의 판매량이 많으며 네이비·블랙 등 기본 컬러의 캐주얼 재킷과 올리브그린 등 컬러감 있는 스웨이드 재킷 등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조윤희 이마트 쑈앤텔 팀장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중년 남성층이 늘어나면서 남성 패션도 화려하고 다양해지는 양상”이라며 “이러한 수요를 겨냥한 덕분에 백화점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젊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성형외과와 탈모클리닉 등 병원에 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남역에 위치한 한 대형 피부과 클리닉 원장은 “4050대 이상 여성 고객의 비중이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두 명 올까 말까 했던 40대 이상 남성 고객들의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허세민기자 diver@sedaily.com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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