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어락’의 숨은 주인공 배우 이가섭은 인터뷰에 꼭 담겼으면 하는 이야기로 “좋은 사람”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기준점은 뭔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이란 말이 계속 생각난다”고 말했다.
“삶의 신조나 철학으로 ‘좋은 사람이 되자’고 써 놓지 않았는데, 계속 이 말이 생각이 나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어디에 가서도 겸손하라는 말씀을 해주세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공효진 주연의 스릴러 영화 ‘도어락’ 에서 ‘한동훈’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가섭은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서 연기를 공부한 신예이다. 2017년 휴가를 나온 ‘주용’이 하루 동안 겪는 사건을 담은 영화 ‘폭력의 씨앗’에서 주인공 ‘주용’ 역을 맡아 현시대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일상의 폭력을 사실감 있고 집요한 연기를 통해 선보인 바 있는 이가섭은 제55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핫 루키로 주목 받았다.
이가섭은 ‘도어락’에서 ‘경민(공효진)’의 오피스텔 관리인 ‘한동훈’ 역을 맡아 키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공효진은 “‘한동훈’이라는 인물은 묘한 느낌을 가진 캐릭터였기 때문에 표현하기에 아주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가섭 배우가 아주 완벽하게 연기해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가섭은 동훈이란 인물의 작품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것보단, 영화의 메시지에 끌렸다고 고백했다. 소통의 부재와 방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숨겨진 인물, 그것 때문에 끌림이 없을 순 없었겠죠. 배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을 봤었죠. 무엇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지점이 좋았어요. 이 영화가 ‘뭔가를 방관하는 자세의 이야기’라고 다가왔어요. 그런 지점에서 나도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가섭은 인터뷰 질문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천천히 답을 했다. 그는 “답답하시죠?”라고 되묻더니, “제가 생각이 많고 진중한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는 이가섭이 연기에 접근하는 태도와도 닮아있었다. 특출난 게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그만의 연기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평상시에 되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작품의 어떤 지점이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연기를 잘 하는 건 아니겠지만, 대본을 많이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하고 연기하는 편에 가까워요. ”
어린 시절부터 프로 바둑기사를 꿈꾼 바둑 특기생이었던 이가섭은 고등학교 3학년, 갑자기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다. 스스로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가지 분명한 건 “바둑이 아닌 다른 뭔가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연기의 세계로 이끌었다.
“많은 기자분들이 물어보세요. 왜 바둑을 접고 연기를 택하게 됐느냐고. 그럴 때마다 명확히 답을 해드릴 수 없는 게 저도 답답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바둑을 하다보면 상대방이랑 대국을 하게 되잖아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어디에 둘지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데, (다른 것으로)표현을 해보고 싶었어요. 표현 할 수 있는 걸 조금 더 해보고 싶었어요. 사람의 감정은 무궁무진 한 것 같아요. 지금껏 연기를 해오고 있는데 행복해요.”
바둑기사 출신 배우란 꼬리표는 이가섭에게 늘 따라 붙을 것이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되려 “저에게 따라 붙는 ‘바둑’이란 단어가 좋은 영향력으로 계속 같이 가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여유도 내보였다.
8년차 배우 이가섭은 한 작품, 한 작품을 통해 배우고 성장 중이다. 그에게 2018년은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을 받은 뜻깊은 해이기도 하고 행복한 해이기도 하다.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양치기들’이나 ‘폭력의 씨앗’, 또 ‘도어락’ 등 그 외에 단편 작품들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많이 부족하지만 현장에서 계속 배우면서 성장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10년뒤 더 나아가 20년 뒤의 제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보다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그 때 쯤에도 뭔가를 배우고 있을 것 같아요. 2018년은 행복한 한 해였어요. 대종상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매년 행복한 일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