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확충을 위해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꺼낸 가운데 기존 신도시의 재정비 방안 역시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도시 건설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와 주택들이 낙후돼 가는 기존 신도시는 업그레이드하면 오히려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주거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도시 전문가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만으로는 강남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본격화될 경우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슬럼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급확대를 위해 추가 신도시 건설도 필요하지만 기존 신도시 재정비 문제도 되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1기 신도시는 내년이면 입주 28년 차에 들어간다.
◇ 인구감소로 외곽 신도시 ‘유령도시’ 될 수도=주택도시 전문가들은 수도권 공급확대 방법에서 대규모 신도시 건설에만 무게중심을 둘 경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처럼 우후죽순 들어선 신도시가 공동화할 경우도 염두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본은 1960~1970년대 당시 도쿄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교외에 ‘다마뉴타운’을 비롯한 신도시를 대거 지었다. 이 같은 신도시 정책은 주택의 질적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인구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겹치면서 1990년대부터 이들 신도시 지역에 급격한 쇠퇴가 진행됐다. 이에 신도시 지역 주민 상당수가 다시 도쿄로 회기하면서 신도시들은 늙고 빈 도시가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는 인구 감소 추세에 있고 빈집이 약 130만 가구에 달할 정도”라면서 “향후 인구 감소가 본격화할 때 교통이 불편하거나 직주근접 조건에 미달하는 곳, 생활·문화 시설 등이 부족한 지역은 슬럼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1기 신도시들이 기능적으로 ‘헌 도시’가 됐다는 점은 기존 신도시 재구조화 필요성에 힘을 싣는 이유다. 현재 1기 신도시는 지어진 약 30년이 흘러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기존 신도시에서 새 주택을 원하는 수요가 생겨나고 인근 지역으로 옮기려는 수요도 확산하고 있다. 기존 갖춰진 도시기반을 정비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는 수요도 줄이고, 또 재정비를 통해 나오는 물량으로 수도권 공급 확대 방안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 신도시 재생 등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 3기 신도시 기대와 함께 신도시의 재생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기존 신도시 재구조화의 방안으로 1기 신도시의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를 고려할 만하다. 김승유 경기대 교수는 “1기 신도시 정비의 근본적인 방안은 재건축”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활발히 진행되면 서울 강남에 몰린 고급 주택 수요의 일부 분산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3기 신도시로 전체 공급량은 늘릴 수 있지만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에 대한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1기 신도시를 ‘스마트’하게 정비해 강남에 한정된 고급수요를 분산하면 3기 신도시 건설과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신도시 건설은 정부와 LH 등이 택지를 조성해 공급하면 건설사와 민간 업자가 건물 및 주거·상업 시설을 짓고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추후 관리는 일부는 지자체가, 일부는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도시가 지어지고 난 이후 관리는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신도시 공급 당시 목표했던 계획들이 제때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신도시로 이주해온 주민들이 지역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던 이유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신도시 관리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외국의 경우 상업지역을 전부 매각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일부를 보유한 채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관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내에도 도입을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규 신도시를 건설 할 때 LH 등 공공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입주민들이 함께 도시관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