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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건선은 피부질환 그 이상이다

박혜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대한건선학회 기획이사




건선의 발생 빈도는 인종·종족·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인구 대비 환자의 비율(유병률)은 0.5~4.6%까지 다양하다. 미국은 1.5~3%, 북유럽은 2~3%의 유병률을 보이며 일본·중국·홍콩 등 동양에서의 1% 이하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가 가능해지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건선 유병률 파악도 용이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건선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7만명가량 된다. 인구 10만명당 453명꼴이다. 진료인원을 기준으로 한 유병률이 0.45%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건선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건선은 무좀·습진·피부건조증 등과 증상이 비슷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증상만 악화하고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초기 단계 때 병·의원 진료를 받지 않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은 경우, 금방 완치되는 질환이 아닌데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 한의원 등에서 치료하는 환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실제 건선 환자는 인구의 0.5~1%인 25만~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건선은 외모에 민감한 20대에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로 인해 처음 발병 시 환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외모에 매우 민감한 여성, 옷 밖으로 드러나는 피부에 건선이 있는 경우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뤄진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연구에서도 노출부에 건선이 생기는 피부 증상으로 당황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레저활동에 제약을 받는 사례가 흔했다. 피부 병변으로 인해 친한 친구·친척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성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선 환자가 근로자인 경우 업무 생산성 저하와 활동의 제약, 병원을 가기 위한 잦은 결근 등으로 상당한 애로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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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밖으로 드러나는 노출부 건선 병변은 전체 피부면적(체표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만 심각성은 큰 것으로 생각된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중증 건선이 지속될 경우 전신적인 염증 반응을 유도해 비만·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질환들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들이다. 국내외 역학적 연구들에 따르면 건선, 특히 중증 건선 환자에서 심장마비·뇌졸중 위험이 높아졌다.

거꾸로 최근 연구에서 고혈압 환자들의 건선 발생률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보다 1.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의 고혈압 환자에서 건선 발병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을 함께 앓는 대사증후군 환자, 비만을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선 발병 위험도가 각각 1.29배, 1.33배 높았다.

이처럼 건선과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건선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7~40%에서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 ‘건선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건선관절염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이 변형되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건선관절염은 침범된 관절에 통증·부종·강직·홍반·열감을 동반할 수 있는 염증성 관절염이다. 일반적으로 서서히 진행하며 손가락·척추 관절을 침범할 수 있다. 건선 환자인데 손가락 끝마디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있으며 손톱에 변형이 있다면 건선관절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증상이 건선관절염 때문인지, 퇴행성관절염이나 류머티즘관절염 때문인지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혜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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