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남중국해 9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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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 전 중국 국민당 정부 주석은 집무실에 지도를 하나 걸어두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 전성기 시절의 영토 경계를 표시한 지도다. 이 지도에는 대만은 물론 한반도와 인도차이나반도·중앙아시아까지 과거 중국에 조공을 바쳤던 나라를 모두 중국 영토로 표시해놓고 있다. 장 전 중국 주석이 이 지도를 걸어둔 것은 아편전쟁 이후 상처 난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도 이름도 ‘중화국치지도(中華國恥地圖)’다. 1947년 국민당 정부가 공식 지도를 만들면서 남중국해에 ‘U’자 형태의 가상경계선인 11단선(11段線)을 그어 그 안을 자신들의 영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도 이 국치지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것이 9단선으로 바뀐 것은 중국 공산당 정권 때다. 1953년 공산당 정부는 베트남이 프랑스와 해방전쟁을 벌이면서 양국 간의 관계가 개선되자 베트남 일대에 그어진 2개 선을 빼고 9단선을 그려넣은 지도를 만들었다. 9단선을 적용하면 최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토분쟁을 겪는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포함해 남중국해의 90%가 중국 영해에 속한다. 중국은 고대 한나라 때 해상 무역로 개척과 명나라의 정화 원정 등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다. 최근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대만도 9단선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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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이것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데 있다. 주변국들은 물론이고 국제기구조차 중국의 영해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 개발권을 명확히 해달라는 취지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PCA는 2016년 7월 “중국의 9단선 주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난사군도 암초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들어 남중국해 9단선을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있는 나투나제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하자 이 중 일부가 9단선 내에 위치하고 있다며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전에도 나투나 해역의 조업권을 둘러싸고 인도네시아와 격돌한 바 있다. 앞으로 중국의 힘이 지금보다 더 세지면 남중국해를 장악하고자 하는 욕구도 더 커질 것이다. 이럴 경우 자칫 우리나라의 해상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철수 논설실장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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