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트럼프 "부자나라 군대보조금 고칠 것" ...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원점으로

美, 한국 분담금 50% 증액 밀어붙일 가능성

올 협상 1,000억 안팎 조율하다

美 수뇌부 대폭인상 요구에 결렬

靑, 가급적 조기타결 입장이지만

대규모땐 진보 지지층 이탈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전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은 무역에서 미국과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며 “그것을 문제로 보고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비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을 사실상 지목한 것으로 풀이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1~13일 열린 협상에서 양측은 1,000억원 수준까지 이견을 좁혔지만 미국 수뇌부의 완강한 대폭 증액 요구로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가운데) 여사와 함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부인 멜라니아(가운데) 여사와 함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해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다수의 동맹국이 군사 보호와 무역 측면 모두에서 미국과의 우정을 이용하는 일”이라며 “매티스는 이를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질 이유를 설명하며 동맹국과의 분담금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미는 3월부터 양국을 오가며 내년부터 적용될 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연내 타결은 사실상 불발된 상태다. 올해 한국은 9,602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11~13일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양측이 한국 측의 연간 총부담액 기준으로 1,000억원 안팎으로까지 차이를 좁혔지만 미 미 수뇌부가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협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상황이 거의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다음 회의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수준은 올해보다 약 50%나 오른 1조3,000억원(12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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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너무 적다며 ‘무임승차국’으로 비유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무역협정과 함께 끔찍한 군사계약도 있다”며 “우리는 일본·사우디아라비아·한국 같은 부유한 나라들을 지켜주는데 그들은 비용을 내지 않는다. 터무니없다”고 말한 바 있다.

2615A06 주한미군


청와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른 시일 안에 합리적 범위에서 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았지만 돈이 걸린 협상은 우리도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을 지켜가고 합리적 수준에서 가급적 조기에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대규모 방위비 분담금을 내면 진보 지지층 등 이른바 ‘집토끼’로부터 미국과 굴욕외교를 했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최종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협정 공백 상태가 길어지면 당장 국내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 지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협상 미타결 시 내년 4월 중순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달 7일자로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에 발송했다. 따라서 국내 비준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차질없이 지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박우인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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