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이 신기종을 도입하고 신규 노선을 대폭 늘리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지만 내년 업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이 잇따라 중장거리 비행에 유리한 신규 항공기를 대거 들여오고 있다. 지난 21일 이스타항공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보잉사의 ‘B737 맥스8’에 이어 티웨이항공도 내년 6월 같은 기종 4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2022년부터 같은 기종 최대 50대를 들여오기 시작하며 에어부산도 에어버스의 차세대 항공기인 ‘A321 네오’ 2대를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신규 노선 취항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인기 관광지는 물론 자사만의 ‘시그니처’ 노선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잇달아 취항하면서 저변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티웨이항공은 부산과 무안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일본 주요 도시를 가는 노선 4개를 신규로 개설했으며 제주항공은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중국 산둥성 옌타이를 잇는 신규 노선을 취항했다. 에어서울도 지난달 인천에서 출발해 일본 삿포로와 필리핀 보라카이를 오가는 노선을 신규 취항했다.
LCC들이 신기종·신노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내년 항공업계 상황이 올해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항공업계는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내년 실적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기름값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 호재이기는 하지만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내년에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수요가 감소할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선 수요와 단거리 국제선 수요가 감소하고 중·장거리 수요가 늘어나는 여객의 양극화가 나타난 것 역시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여행 트렌드가 변화한 증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선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에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제재 해제 여부도 변수다. 진에어의 제재가 해제되면 좌석 공급 수는 늘어나지만 수요 증가는 자신할 수 없는 만큼 LCC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LCC 간 경쟁이 심화하면 소비자들은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기종 투입과 신규 노선 취항 등을 통해 항공사들이 투자한 만큼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되면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가격 인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어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며 “하지만 LCC들이 기존 서비스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되면 고객들이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