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4일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5,000달러를 돌파하자 백악관에서 이례적인 성명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2만5,000달러라는 매우 큰 장벽을 깨뜨렸다. 우리의 새로운 숫자는 3만이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연말을 맞아 미국 증시는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발언에 3대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2%대나 동시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마추어적 국정 운영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대혼란에 빠트린 것이다. 월가에서는 올해 내내 금융시장이 트럼프에게 휘둘렸다며 백악관이야말로 최대의 블랙스완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눈을 돌려 국내 증시를 보면 어떤가.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29일 최고점인 2.607.10을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지지율과 같이 움직인다는 말도 들려온다. 지난해 말만 해도 문재인 정부에서 주가 3,000을 장담했던 전망은 허언이 돼버렸다. 산업계 역시 쑥대밭이 된 분위기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꼼수개정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무력감과 함께 무시당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똑같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세밑에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새해를 맞는 희망과 기대감은 찾아보기 힘들고 팍팍한 살림살이 걱정이 대부분이다. 청년들은 질 좋은 일자리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며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작금의 상황이 2019년 경제의 불길한 예고편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새해 경제는 비관론이 넘쳐난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곳곳에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와중에 성장률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1년8개월 동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실험을 통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내년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다. 그동안 경제를 살리겠다며 마중물을 넣었다면 이제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본 게임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소득을 개선하라는 것이 새 정부를 향한 국민의 요구였지만 집권 2년 차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의 좌절감과 낭패감이다. 진보나 보수정권 할 것 없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역시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다시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촛불을 치켜든 이들이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허탈해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흔히 42.195㎞의 마라톤에서는 반환점을 지난 30~35km를 ‘마의 구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퍼지지 않으려면 영양보충을 하고 발바닥도 주무르고 허벅지에 침도 놓아야 한다. 남들이 추월한다고 당황하거나 조급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잠시 멈춰 기름칠하고 속도를 줄여 달려야 종착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
3년 차 국정기조는 무엇보다 경제를 최우선 목표로 앞세워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국정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경제주체들로부터 신뢰와 진정성을 이끌어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집권 3년 차에는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과 접촉하고 민생고에 대한 공감을 표명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 포용국가 같은 거대담론으로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청와대와 내각의 면면을 바꾸는 인적 쇄신을 단행함으로써 국민에게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따르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실력으로 소통하며 국민 모두를 보듬어 안는 국정 운영에 나서기를 기대해본다. ss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