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비자 선택권 보장에 시장 신뢰 늘것

3기 신도시, 후분양제 도입 - 찬성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법무행정대학원 교수

● 금융비용 관련 분양원가 공개 시비 줄어들어

● 분양권 전매 등 투기·가격상승 요인도 사라져

● 수요·공급자 신뢰관계 재정립되는 계기로

경기 남양주·하남 등에 건설되는 3기 신도시 아파트의 후분양제 적용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지난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교통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 합동 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에는 후분양제를 실시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는 총 12만2,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이 중 경기도에만 11만가구의 신규아파트가 들어선다. 경기도는 아파트 원가 공개와 함께 오는 2020년부터 도가 조성한 땅에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는 경우 후분양제 적용 방침을 정해 이 지사의 발언대로 신도시에 후분양제를 강제할 경우 해묵은 선·후분양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 찬성 측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선분양에 따른 제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3기 신도시에 후분양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후분양으로 부실시공을 막는 효과는 제한적이며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 우려가 있다며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3기 신도시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2기 신도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것은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 아파트 시장의 불안 요인들에 대해 미리 대응한다는 관점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주택시장도 전체 경제의 한 부분인 만큼 불안 요인을 더 부추길 수 있어 우려되는 점들도 많이 있다. 어쨌든 계획은 이미 발표됐고 큰 맥락은 공급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인데 이에 못지않게 시선을 끄는 것은 경기도지사가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후분양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해왔던 비정상적인 아파트 분양시장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바꿔나간다는 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선분양은 정부가 허용한 방법이며 이 방법은 고도 성장기에 대량주택공급이 필요해 시작됐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마치 아파트개발사업들이 봉이 김선달식의 사업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위험을 사업주가 모두 안고 가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누구인가 하지 않으면 빠른 시간 안에 주택 공급이 현재만큼 이뤄졌을까도 생각해야 하므로 한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마치 모든 주택문제가 선분양에서 시작된 것처럼 무리한 설명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기본적으로 아파트 위주의 주택정책으로 진행돼왔으며 이는 시장에 가장 투기성이 강한 상품들이 공급되게 하는 원천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것이다.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의 문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하며 이에 대한 여러 의견 중에서 두 가지만 짚어보도록 하겠다.

관련기사



먼저, 소비자의 권리를 생각하며 주택시장을 보자. 과거에는 단기간에 다량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정상적인 시장과 맞지 않는 제도가 필요했을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공급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므로 정상적인 시장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정상적인 시장이란 완제품을 소비자가 충분히 검토해 구매 의사 결정을 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도 지극히 당연하게 완성된 제품을 보고 매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선분양을 주장하는 건설사나 시행사의 입장에서는 선분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기초자금만 준비하면 나머지는 분양대금들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인데 반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먼저 조달해야 하는 후분양제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업성 여부는 과거에 비해 비교적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으므로 이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려해야만 한다. 더욱이 일반인이 가지는 재산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하는 재산임을 고려한다면 선분양과 후분양의 장단점을 논하기 전에 소비자들이 당연히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분양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짚어보자. 후분양제가 된다면 아파트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 일반적인 선분양에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무이자로 제공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즉 책정된 분양가에 이자 부분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분양이 잘되면 중도금으로 건설자금을 해결하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보면 공급자든, 수요자든 누군가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후분양이 된다면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시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선분양 때 모델하우스 건립과 분양에 필요한 제반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금융비용으로 인해 분양가가 상승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비 전반에 거쳐 각종 간접비를 조정한다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금융비용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건설금융을 통해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꼭 필요하다. 후분양제로 가는 시장에서는 분양권 전매 등 투기적인 요소들로 가격 상승을 겪는 고통이 줄어들 것이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신뢰가 재정립돼 좋은 품질과 서비스가 제 가치를 인정받는 시장이 형성되는 기회도 될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와 시발점이 3기 신도시가 아닐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