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아랍의 봄'이 운명 가른 이집트 두 前대통령 법정서 재회

축출된 무바라크는 증인으로, 대통령 오른 무르시는 피고인으로 출석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6일(현지시간) 두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26일(현지시간) 두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이집트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각각 증인과 피고인으로 한 법정에서 대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2011년 아랍권에 불었던 반독재 시위인 ‘아랍의 봄’ 당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90)는 증인으로, 이 시위로 대통령직에 올랐으나 이듬해 군의 쿠데타로 밀려난 무함마드 무르시(67)는 피고인으로 나왔다.

AP통신은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 법정에서 26일(현지시간) 무바라크가 증인으로, 무르시가 피고인으로 함께 출석했다고 보도했다. 거의 30년의 독재를 대규모 시위로 마감했던 무라바크는 이날 지팡이를 든 채 두 명의 아들의 도움을 받으며 법정으로 들어섰다. 무르시는 투옥 상태로 장기간에 걸쳐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 재판은 18일간의 반(反)무바라크 시위 초기, 교도소들에 수감돼 있던 2만명 이상의 탈옥을 지원했다는 혐의와 관련됐다. 탈옥수 중에는 무르시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단원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조직원들도 포함됐다. 특히 당시 시위를 앞두고 예방 차원에서 당국에 구금됐던 무르시와 무슬람형제단 지도자들도 이틀 만에 탈출했다.


그러나 무바라크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바라크는 2시간의 증언 동안, 당시 정보기관장과 부통령으로부터 최소 800명의 무장세력이 무슬림형제단의 도움을 받아 가자 지구 터널을 통해 시나이반도 북쪽으로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대부분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내가 말을 하게 된다면, 허가 없이 말하는 것이 금지된 많은 사안을 꺼내놓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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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는 지난해 3월 시위대 유혈 진압 등 주요 범죄 혐의가 오랜 재판 끝에 무죄로 판결 나면서 구금 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재판 동안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시간을 군 병원에서 보내던 처지였다. 반면 무바라크를 쫓아낸 무르시는 여전히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무르시는 2015년 탈옥과 스파이 혐의 등으로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법원은 이들 판결을 기각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무르시는 ‘아랍의 봄’ 시위 후 이집트 사상 첫 자유 경선으로 치러진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됐지만, 집권 1년 만인 2013년 7월 엘시시 현 대통령이 이끄는 군부의 쿠데타로 실각한 뒤 감금됐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정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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