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해만 9,000억...생보사 '눈물의 사옥 매각'

새 회계기준 대비 자본확충 압박

삼성생명 등 부동산 매각 꾸준

2815A10 주요 생보사 부동산 매매 현황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 한 해 약 9,000억원의 부동산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보험사들이 부동산을 팔아 재무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13조7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13조7,024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6,252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4·4분기에 진행된 매매 계약까지 포함하면 업계 전체 매각 금액은 최소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삼성생명은 서울과 수원·부산·광주 등에 소재한 빌딩 6개를 디벨로퍼 그룹 MDM에 약 2,700억원 규모로 매각했다.


삼성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2~3년 전부터 새 국제회계 기준 도입에 따른 재무 건전성 확보가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매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교보생명은 올해 인천 주안동 사옥, 충주 사옥 두 곳을 팔았으며 송탄 사옥과 원주 사옥을 현재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한화생명은 8월 약 4,000평 규모의 성남 사옥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중소형사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상반기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1관을 약 1,700억원에 파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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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한 해 오피스 매매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등 시장 여건도 좋아 자본 확충 압박을 받던 보험사들이 빌딩 매매에 주력했다”며 “삼성생명 역시 서울 일부 사옥 등 매각 작업을 내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부동산 매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금감원이 4월 발표한 킥스 초안에 따르면 부동산자산의 위험계수가 이전보다 높아져 회계상 부동자산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즉 부동산 자산에 대한 요구자본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위험계수가 낮은 현금성 자산으로 변경할 유인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생보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3%대 중반까지 떨어지는 등 자산 리밸런싱 니즈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자본 확충, 보유 부동산 매각 등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보험 업계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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