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배추 산지 가격은 1,500원. 하지만 소비자는 포기당 만원에 배추를 산다. 이유는 포기당 1,500원에 배추를 사들인 수집상이 도매시장에, 도매시장은 소매상에, 소매상이 소비자에게 배추를 파는 과정에서 마진을 붙이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터무니없는 마진을 줄이자는 개념이 로컬푸드다.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에 집결한 뒤 다시 지방에 팔리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방에서 소비함으로써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취지다. 로컬푸드 직매장 전국 1호점은 전북 완주에 지난 2012년 들어섰다. 완주군과 지역 농협이 5억원을 출자해 만든 로컬푸드 직매장센터에는 150개 농가가 직접 생산한 물건을 납부했다. 일반 시장 가격보다 싼 농산물이 깔끔한 직매장센터에 진열되자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최대 하루 방문객이 1,000명에 달했고 연 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생산자는 수집상에 팔 때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고 소비자는 시장가보다 싼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는 탓에 로컬푸드 직매장센터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부터 추진하는 지역농산물의 공공급식 연계 사업은 물리적 제한이 따르는 직매장 방식에서 벗어난 로컬푸드 활성화 2.0 버전이다. 농식품부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 내 농산물 공급·소비체계는 중·소농의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어 확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공 부문과의 협력을 통한 성과모델을 만들기 위해 나주 혁신도시 공공기관 단체급식 및 군급식 등에 지역농산물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나주 혁신도시 로컬푸드 시범사업은 지역농산물을 공공기관 식자재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2018년 8월 기준 16개 품목에 9가구 농가가 참여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150개 품목을 100가구의 농가로부터 공급받겠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요처를 나주 혁신도시 내 14개의 전 공공기관으로 늘리겠다”며 “가공식품을 포함해 품목과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군 급식과 연계된 로컬푸드 시범사업도 군 요충지인 화천과 포천에서 진행된다. 2017년 지역농산물 이용률은 화천과 포천이 각각 31%와 33%에 그쳤지만 군부대에 지역 농산물을 공급할 경우 오는 2022년에는 각각 76.7%와 70.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나주와 화천·포천의 선도 모델을 바탕으로 10개의 혁신도시와 15개 접경지역에 로컬푸드 공공급식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로컬푸드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기관 경영 지표에 로컬푸드 구매실적을 추가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국방부와 농협이 맺는 급식 관련 협정서에 지역농산물 의무 비율도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산발적으로 생산되는 로컬푸드를 소비자에게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농가 조직화 등을 추진하는 먹거리 관련 사회적 경제조직도 육성한다. 화성시 소비자협동조합 ‘꿀밥’이 대표적 사례다. 꿀밥은 아파트단지별로 사전 주문을 받아 로컬푸드를 배송일에 맞춰 꾸러미 형태로 배송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에서 아파트 주민에게 아침을 제공하는 ‘워킹맘’도 로컬푸드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사회적 기업의 한 모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의 다양한 로컬푸드 직거래 우수 모델을 발굴해 농가의 소득 상향과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겠다”며”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생산자 대표와 수요처 등이 참여해 가격과 공급 규모 등을 논의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