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SK의 파격 "반도체 장인에 정년 없다"

우수 엔지니어에 내년부터 적용

거세지는 中 기술인력 유출 방지




SK하이닉스가 뛰어난 엔지니어라면 정년(만 60세)이 넘어서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반도체 경쟁력의 키를 쥔 기술인력을 예우하는 동시에 평생에 걸쳐 엔지니어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등 후발주자의 노골적 인력 빼가기에 맞서 촘촘한 조직 관리 차원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기술력이 높은 엔지니어의 경우 정년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만 60세가 넘어서도 활발하게 연구개발·제조·분석 등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는 대략 1만명 정도. 전체 직원이 2만5,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전체의 40%가 기술인력이다. 이 제도는 이석희(사진) SK하이닉스 사장이 임직원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왁(자지껄) 콘서트’ 행사장에서 발표했다. 우수 엔지니어의 정년 이후 근무제도 도입은 이날 나온 ‘최고경영자(CEO) 공감경영 선언’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유만석 SK하이닉스 HR담당 전무는 “반도체 개발·제조 분야의 숙련된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내년 정년 대상자부터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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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기술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푸젠진화·창장메모리(YMTC) 등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연봉 등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엔지니어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휴 및 퇴직 인력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이번 조치는 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의 정년을 없애 이들의 노하우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직원의 조직 로열티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라면 정년이 지나서도 사내 젊은 기술인력을 교육할 수도 있고 반도체 장비 업체 등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높이는 가교로서 역할을 맡을 여지도 있다”고 봤다. 다른 한 관계자도 “앞으로 이런 추세가 업계 전반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CEO 공감경영 선언에는 직원에 대한 평가제도 개선 내용도 포함됐다. 뼈대는 동료 간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는 상대평가제도를 오는 2020년부터 폐지하도록 한 것이다. 또 반기와 연말 각각 1회씩 총 두 번에 걸쳐 받던 정기평가를 없앴다. 대신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성과를 측정하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기평가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수시평가가 도입돼 팀원이 리더와 업무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성과를 적기에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CEO 공감경영 선언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내 세부 기준과 시행 시기를 확정하기로 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세대·직위·직군 간 소통을 강화하고 직원의 자발적 의견 개진을 위해 내년부터 기술사무직 전 직원의 호칭을 TL(Technical Leader, Talented Leader 등 중의적 의미)로 통일하기로 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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