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유통가 올해의 키워드]판에 박힌 브랜드 거부...'인싸'가 인정한 스타일만 날았다

<하> 밀레니얼 파워

이름값보다 트렌디한 디자인 중요

독립문·BYC 장수 패션기업 지고

스타일난다 등 인디브랜드 급부상

뷰티제품 모아파는 편집숍 인기

로드숍은 설자리 갈수록 좁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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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새롭거나 진화해야 생존’…패션뷰티 흥망사(興亡史)

# 올해 패션뷰티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주 52시간 시행·최저임금 인상 등 대외적 변수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시장이 요동쳤다. 국내외 시장 트렌드를 빨리 따라잡지 못한 곳은 장수 기업이라 할지라도 스러진 반면 밀레니얼 세대와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신흥 강자’ 들은 그 자리를 메우며 시장 재편이 빠르게 이뤄졌다.


△경영환경 변화에 가업 스러지고 구조조정까지…밀레니얼세대 잡은 브랜드는 날았다

=주 52시간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이로 인한 원부자재값 상승 등은 중소기업 비중이 90% 이상인 섬유패션산업 전반에 충격타를 안겼다. 불투명해진 경영환경에 ‘100년 가업’ 꿈을 이루지 못한 곳도 있었다.

올해로 71주년을 맞은 패션업체 ‘독립문(구 평안L&C)’은 지난 10월 창업주 가문이 소유한 지분 72.3%를 교육전문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올해 초 사명을 변경하며 ‘제2 창업’을 선언했지만 패션업계의 트렌드 변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가 제품 판매가의 50%에 이를 정도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속옷업계도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었다. 좋은사람들·BYC·신영와코루·쌍방울 등 주요 속옷업체 4곳이 모두에서 인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BYC는 올해 초 전주공장을 폐쇄하기도 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온라인 시장을 사로잡은 브랜드들은 달랐다. 로레알은 4월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 지분을 4,000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은 색조 브랜드 ‘3CE’의 성장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다. 이 외에 임블리 등 여타 인디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브랜드들이 밀레니얼 세대들의 마음을 훔치며 LF·삼성물산 등 기성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中心(중국인의 마음)’에 울고 웃고

=올해도 국내 패션·뷰티 업체의 큰 손은 단연 중국이었다.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는 광군제에서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중국에서 ‘방을 빼야’ 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광군제에서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LG생활건강의 ‘후’는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2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숨’도 티몰닷컴에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82%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가 매출 상승을 견인하며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7% 신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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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떨어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한 곳은 중국에서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는 등 숨 고르기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중국 진출 2년 만인 지난 7월 상하이 패션 중심지 화이하이루에 위치한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폐점했다. 대규모 매장 운영에 드는 투자 비용을 줄이는 온라인몰·편집숍 입점 등 유통 다변화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지난 5월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H&B스토어 입점에 주력하고 있다.

△‘뷰티 편집숍 대전’에 지는 로드숍

=올리브영·롭스·랄라블라 등 기존 H&B스토어에 시코르·온앤더뷰티 등 프리미엄 화장품 뷰티 편집숍이 점포 수를 늘리며 ‘뷰티 편집숍 대전’이 본격화됐다. 반면 화장품 로드숍의 실적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스킨푸드는 지난 10월 생산을 중단하고 법정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1월 말께 생산을 재개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매물로 나온 네이처리퍼블릭도 시장 악화로 매수자가 아직 찾지 못했다.

△더마 화장품 ‘춘추전국시대’

=화장품 시장 자체는 소폭 성장하고 있지만 더마 코스메틱 시장만은 다르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현재 5,0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더마 코스메틱 시장은 2년 내 1조 원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네이처리퍼블릭 등 뷰티 기업뿐 아니라 제약 회사도 앞다퉈 더마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애경산업은 9월 제약회사인 JW신약과 손잡고 ‘더마 에스떼’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케팅보다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더마 시장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뛰어들며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도 넘은 명품 가격 인상 릴레이

=올해 명품 브랜드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수시로 가격을 올렸다. 불황에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자 가격을 올려 ‘하이엔드’ 명품으로 자리 잡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경우 지난 11월부터 1년간 패션과 코스메틱을 합해 5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은 올해 들어서만 각각 4회·3회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실제로 이들의 전략은 통했다. 백화점 3사의 올해 1~10월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신장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제품의 품질과 AS 등 소비자 편의는 후퇴해 ‘명품 아닌 명품’ 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한눈에 보는 2018 패션뷰티실록

희(喜) 비(悲)
‘스타일난다’ 로레알에 4,000억원 매각 ‘대박’‘임블리’ 등 인디 브랜드들 신흥 강자로 패션업체 ‘독립문’ 70년 가업 수성 실패
인건비 비중 높은 속옷 업계 구조조정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中心’ 잡은 업체 광군제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삼성물산 에잇세컨즈·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등 중국 오프라인 철수 뒤 온라인 공략
올리브영·롭스 등 H&B스토어에 시코르 등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가세하며 시장 확대 스킨푸드·네이처리퍼블릭 등 로드숍 브랜드 실적 악화로 M&A 시장 매물로


창업 71주년에 ‘100년 가업’을 이루지 못하고 매각된 국내 최장수 패션업체 ‘독립문’ 로고.창업 71주년에 ‘100년 가업’을 이루지 못하고 매각된 국내 최장수 패션업체 ‘독립문’ 로고.


로레알이 4,000억원에 인수한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사진제공=스타일난다로레알이 4,000억원에 인수한 1세대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사진제공=스타일난다


지난 7월 철수한 에잇세컨즈의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지난 7월 철수한 에잇세컨즈의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지난 11월부로 가격이 오른 샤넬 클래식 라인.지난 11월부로 가격이 오른 샤넬 클래식 라인.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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