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만들어낸 베트남내 우호적인 분위기가 반짝 효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극적인 베트남 전쟁의 앙금이 남아 있고, 베트남 국민을 무시하는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의 언행으로 쌓인 감정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인식변화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하노이국립외국어대 한국어문학부 학부장인 흐엉 교수는 28일 “박항서 신드롬으로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고 그렇게 되는 게 쉽지도 않다”고 말했다. 흐엉 교수는 “젊은이들은 베트남전에 대해 신경도 안 쓰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르다”면서 “베트남전에 따른 앙금은 남부와 북부 지역에서는 덜하지만, 전투가 치열했던 중부지역에는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품 등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다수 베트남 국민은 일본을 더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축구 신드롬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가 베트남 대도시 주민을 복수비자 발급대상에 포함한 것처럼 민간교류 장벽을 제거하고 양국 국민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후속 조처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대학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짜(30) 씨도 “박항서 감독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과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민족의 영웅인 호찌민 전 국가주석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얘기”라고 말했다. 윤상호 하노이한인회장은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한국인이 베트남 국민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지 못하면 박항서 신드롬은 거품으로 끝나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겸손한 자세를 당부했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도 “박항서 신드롬이 생겼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부터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박항서 신드롬이 생기기 전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한국과 베트남은 사돈 관계이니 신부(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을 때리지 말고 잘 대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이는 일종의 경고”라고 밝혔다. 그는 ‘박항서 모델’을 한국과 베트남 관계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짜 베트남이 발전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아 베트남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