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수익률 부진, 이대로 방치할 건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고 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기준 수익률은 -0.57%로 집계됐다. 11월과 12월 2개월 동안 글로벌 증시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연간 단위로도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마저 까먹을 공산이 크다고 한다. 만약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 된다.


수익률이 추락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전체 투자의 17%를 차지하는 국내 주식 부문에서 성과가 지극히 부진했던 것이 결정적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16%를 기록해 기금 전체 수익률을 악화시켰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노후자금이 원금을 까먹을 정도로 수익률이 나빠진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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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 동안 국내외 주식시장이 워낙 나빴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지만 시장 여건 탓만 할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5개월 동안 공석으로 방치됐다. 그나마 10월 초 새 수장을 뽑았지만 그때는 이미 글로벌 증시가 패닉 장세를 연출하던 상황이었다. 핵심 운용인력의 이탈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이 지경으로 내버려두고서 운용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연금 개혁에 나서면서도 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그 어떤 방안도 내놓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 수익률 관리는 팽개쳐둔 채 국민 부담을 늘리고 재정으로 돌려막는 개혁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를 2% 인상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기금 수익률부터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할 지배구조 개선부터 기금본부의 서울 이전, 기금의 분할과 경쟁체제 마련까지 다양한 방안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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