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항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유가 하락에 따라 누리는 비용 감축금액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144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사용량만도 약 3,300만배럴에 달한다. 단순히 유가가 10달러만 뛰어도 약 3,700억원의 연료비 부담이 더 생기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71대)도 유류비 감소 금액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대 항공사는 올해 분기마다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유류비 비용이 뛰며 실적이 부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4분기 영업이익(1,617억원)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49%) 났고 아시아나항공도 380억원(-11%)으로 안 좋았다. 3·4분기에 대한항공은 영업이익 3,928억원으로 3.7% 뛰며 선방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010억원(-15%)으로 여전히 유가 부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까지 70달러대(서부텍사스산원유)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11월 50달러, 12월 4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양대 항공사는 유류비 부담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KB증권이 최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변동이 없을 때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이면 대한항공의 세전 이익이 마이너스(77억원)이지만 50달러로 떨어지면 3,875억원 수준으로 증가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서 50달러로 하락하면 2,290억원가량의 유류비가 절감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20달러만 낮게 유지돼도 대한항공은 연간 8,028억원, 아시아나항공은 4,313억원의 연료비가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하락하는 것은 내년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하지만 업계는 경기 부진에도 내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가 하락으로 항공권 가격이 하락하면 여행객 수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관계자는 “유가로 인한 경영 부담이 줄고 있다”며 “연간 2,600만명 수준인 내국인 출국자 수는 약 3,000만명까지 완만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