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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로봇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로봇의 등장이었죠. 바로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섹스로봇 ‘하모니’입니다. 이 로봇을 구매했던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섹스가 전부가 아니야!”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는 인체와 똑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었고, 감성적인 대화도 가능했습니다. 그는 매일 ‘그녀’와 대화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나쁜 말로 상처를 주는 인간보다 훨씬 근사한 상대인 셈이죠.
이처럼 로봇들은 인간 세계에 아주 가까이 침투해있습니다. 로봇은 때로는 강아지의 모습으로 때로는 물고기의 모습으로, 이제는 인간과 아주 흡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온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로봇청소기의 등장도 벌써 18년 전 얘기입니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사는 2001년 11월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고대 수중 생물인 ‘삼엽충’을 닮은 모습을 지닌 트릴로바이트는 초음파 센서 9개를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청소할 수 있었죠. 이제는 인공지능이 결합해 집안 도면을 그리며 공간을 이해하고 청소합니다.
구글의 로봇 회사였던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의 로봇들은 ‘세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로봇’이란 수식어가 붙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인간처럼 언덕길을 뛰어가거나 공중 제비돌기도 가능하죠. 진짜 같은 로봇 개도 있습니다. 섬뜩하죠.
이들은 원래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예산을 통해 수색, 구조작업에 투입할 군사용으로 개발됐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는 로봇에 관심이 컸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에 2017년 인수됐죠. 올해 로봇 개 ‘스팟미니’ 출시를 시작으로 조만간 아틀라스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로봇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택배도 나르고, 피자 배달도 하죠. 한국에는 로봇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가 생겼고요, 중국에는 로봇이 알아서 식재료 추가 주문까지 하는 무인 식당도 생겼습니다. 일본에는 로봇이 140대나 배치된 무인호텔이 6호점을 낼만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나 드론 택시도 곳곳에서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죠.
로봇은 전문직에도 진출했습니다. 이미 많은 국내외 기업들에 RPA(robot process automation) 봇들이 진출했죠. 인간을 도와 기업의 생산성을 3배 이상 키웁니다. 금융 회사에서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으로 똘똘 뭉친 로봇 자산운용사, 로보어드바이저가 속속 채용되고 있습니다. 공포와 탐욕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인 투자가 특징입니다. 인간보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 재활까지 돕는 의료용 로봇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앵커도 등장했죠. 24시간 지치지 않고 다양한 언어로 뉴스를 진행한다는군요.
이쯤 되니 로봇이 과연 인간 영역 어디까지 넘볼까 슬슬 걱정이 됩니다. 디지털 전환과 노동력의 로봇 대체는 인간의 일자리를 더욱 빠르게 차지할 지도 모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5년 안에 500만 개, 10년 안에 2,500만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일자리는 안녕하신가요?
가장 변화가 빠른 곳은 유통 시장입니다. 이 구역에서 로봇은 전혀 낯선 존재가 아니죠. 이미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직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전세계 26개 배송센터에 물류 로봇을 10만대 이상 채용했습니다. 제품 분류에서 포장, 배송까지… 사람이 하면 1시간씩 걸렸던 일들을 단 15분 만에 해치웁니다. 알리바바도 최근 9,000평 크기의 로봇물류센터를 만들고 로봇 700대를 채용했습니다. 이들은 한번에 500kg의 물건을 운반할 수도 있고, 배터리가 떨어지면 알아서 충전도 하죠. 아디다스도 로봇 공장 ‘스피드 팩토리’를 2017년 독일에 만들었습니다. 600명의 인간 노동자가 하던 일을 로봇이 이어받아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죠. 이 공장에 인간은 10명뿐입니다.
사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런 노동력 대체에 대한 인간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체코 작가 카렐 차펙은 로봇이란 단어를 고된 일, 노동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가지고 왔죠. 1921년에 그가 발표한 희곡에서, 충직한 인간의 조수였던 로봇은 감정과 영혼을 학습한 뒤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인간을 죽이고 맙니다.
이런 로봇 소설이 등장했던 시대 배경도 자본주의 경제가 거의 무너지고 대공황이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수많은 공장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죠.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노동자들은 공장에 도입된 기계가 자신들을 쫓아냈다고 생각하게 됐고, 기계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도 쌓여만 갔죠.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났지만 공포심은 여전합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로봇의 노동에도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근로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기업에 로봇세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죠. 유럽에서는 로봇을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로봇에게 일종의 시민 자격증을 부여한 것이죠. 나중에 세금을 걷을 수도 있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로봇은 인간 일자리 대체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드론이 피자가 아닌 폭탄을 배달한 경우죠. 드론을 이용한 폭탄 테러는 실제 벌어진 바 있습니다. SF영화 속 로봇전투도 현실이 됐습니다. 각국에서는 무인 전투기, 무인함정, 무인탱크 등 자율살상기능을 갖춘 드론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스텔스 무인기 ‘타라니스 드론’은 마하 1의 속도로 적진에 침투해 2개의 미사일을 투하하는 시험비행을 이미 2015년에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미 해군의 무인 함정 ‘씨 헌터’는 승무원 없이 수천 킬로미터를 항해할 수도 있습니다. 5년 내 실전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죠. 중국에는 AI 무기개발을 전담하는 대학 학과도 신설됐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올해 신입생 31명을 뽑았죠. 가디언에 따르면 최소 381개의 부분 자율 살상무기와 군사로봇시스템이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 영국을 비롯한 12개국에 배치돼 있거나 개발 중입니다. 한국 비무장지대에도 감시 로봇이 설치돼 있다고 하죠.
인간의 일자리와 생명을 위협한다는 우려와 부작용에도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제조기업들은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을 증가시켜 수익을 키우려고 합니다. 수익은 투자로 이어져 인간이 필요한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영국 런던경제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 창출 기회와 임금 상승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로봇의 도입으로 유럽 17개국 국내총생산이 10% 성장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반복 작업과 불쾌하고 위험한 일들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면 인간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삶의 질도 개선될 것입니다. 저출산, 인구절벽에 따른 노동력 감소도 해결할 수 있겠죠.
이 같은 이유로 로봇세 도입은 경쟁과 고용에 부정적 충격을 주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뒤늦게 킬러 로봇 개발을 막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 킬러로봇 개발을 상당히 진척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개발을 막게 되면 힘의 불균형이 생기게 되니까요. 이런 입장 차이로 아직까지 로봇과 AI 기술 관련 국제합의는 도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UN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도 했지만 토론에만 그쳤죠.
전문가들은 이런 신기술들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까지 적용할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되돌릴 수 없게 되기 전에 말이죠. 거대한 실업 상황에 대비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도 필요할 것입니다. 많은 논란 속에서 로봇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세계 로봇시장은 2016년 약 915억달러(100조원) 규모에서 2020년 약 1,880억달러(220조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산업용 로봇은 연 60~80%의 고성장이 예상됩니다. 로봇이 가져올 미래가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인간이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은 로봇과 경쟁할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