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2019 싱크탱크 제언] 한국경제의 4대 고민: 그 해석과 처방

낮아진 투자·고용·성장·분배

규제완화 등 접근방식은 한계

혁신 가능한 기업구조 만들고

고부가 산업으로 구조조정해야

최정표 KDI 원장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정리하면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바 저성장·저투자·저고용·저분배가 그것이다. 이것들이 문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그 해석과 처방은 각양각색이다.


한국 경제는 과거 30여년 동안 경제성장률 10%대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2%대까지 떨어지고 2018년은 2.7%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서구의 전통 자본주의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2% 전후의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5,000만명 이상의 인구로 1인당 소득 3만달러대에 진입한 나라 중 3%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가 없다.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노동의 양과 질인데 고도의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서 고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가뭄 속에서 풍년을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자본 축적과 기술 진보의 속도도 정체돼 있다. 한국도 이미 저성장 선진국군에 진입해버렸다. 이제는 성장률 자체보다 경제구조를 개혁해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저투자 문제는 기업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의 경영 자세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투자는 기업이 하는 것이고 투자 결정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몫이기 때문이다. CEO가 투자에 관심이 없으면 투자가 일어날 수 없다. 한때 우리나라는 투자가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중복 과잉투자와 빚을 내 투자하는 부채경영이 심각한 경제문제가 되기도 했다. 재벌 창업자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습 총수들은 투자라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고 감수할 필요도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가졌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 경제는 투자가 줄고 역동성도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은 저투자의 해결책이 아니다. 이것은 앞선 정부에서 이미 입증됐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 뽑기’로,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 뽑기’로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투자도 규제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 선진국이 될수록 규제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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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필요악이다. 기업에는 불편하지만 사회적으로는 필요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이 될수록 대부분의 규제는 ‘안전’과 ‘환경’ 이슈에 연관돼 있다. 거기다 우리나라는 거대자본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도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재벌제도 때문이다. 이런 규제들은 점점 강화돼야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규제 완화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접근은 잘못됐다. 이 두 정책을 묶으면 지금까지 그랬듯 실패가 예견된다. 기업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투자를 두려워하는 세습 총수가 아니라 투자라는 리스크를 충분히 감내할 만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가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투자가 살아날 것이다.

저고용 문제는 산업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주력산업이라고 해서 영원할 수는 없다. 우리의 주력산업도 고부가가치로의 구조조정이 필연적이고 이 과정에서 실업이 쏟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정부는 이 실업이 흡수될 수 있는 새 산업을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필요성이 높아지는 문화예술·보육육아·간병요양·보건의료·관광레저·환경·교육 등의 산업 부문에 공공재정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빨리 선진화시켜야 한다. 이 산업들은 무궁무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저분배는 현 정권의 가장 아픈 부분이다. 최하위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는 다른 정책의 유효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분배 개선은 1~2년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끈기 있게 복지 확장과 재분배를 추진해야 한다. 모든 경제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은 공평한 분배다.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는 가장 앞서 시행돼야 할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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