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들이 가세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카카오게임즈 등이 회계감리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시 상장 작업에 나설 예정이며 현대엔지니어링·교보생명 등도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 외에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비상장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SK그룹에도 IPO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공모주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던 IPO 시장이 올해 현대오일뱅크·교보생명·카카오게임즈 등의 상장으로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다. 현대오일뱅크는 공모 금액이 2조~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강화로 인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이 늦춰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오는 2월까지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늦춰지면서 상반기 중 상장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경우 올 IPO 시장에서 ‘최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그룹은 SK그룹이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공모금액 2조원대)가 올해 재시도에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IPO 가능성이 언급되는 비상장 자회사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SK바이오팜 등이 높은 성장세를 등에 업고 올해 IPO 가능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며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 정리가 필요해진 SK건설 역시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SK바이오팜·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호텔롯데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 IPO 시장이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호텔롯데는 공모금액만도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오너 일가의 검찰 수사로 2016년부터 상장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롯데케미칼의 롯데지주 편입·금융계열사 매각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호텔롯데 상장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업가치가 5조~6조원대에 달해 실제로 IPO가 이뤄질 경우 시장의 반응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예비 상장사들의 덩치도 결코 작지 않다. 교보생명의 공모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며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카카오게임즈(공모금액 1조원 이상 추정)도 올해 다시 상장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회계 감리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상장을 취소했다. 2016년에 이어 올해 상장을 재추진 중인 이랜드리테일과 교보생명·홈플러스리츠 등도 조 단위의 IPO가 가능한 대어급으로 분류된다. 바디프랜드·호반건설·현대오토에버 등도 규모는 작지만 주목해야 할 알짜 기업들로 꼽힌다.
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공모주 투자자들도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규모 IPO가 줄줄이 취소·연기되면서 공모주펀드도 자금 유출입에 몸살을 겪었지만 지난달에는 약 2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반전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