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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감독 신작 '미래의 미라이'] 이렇게 가족이 되는구나…맏이의 시간여행

12년만에 '타임리프 애니' 연출

동생 태어나 생애 첫 실연 겪는 쿤

미래서 온 동생 만나 정체성 탐구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가치관

아이 시점서 고민해보고 싶었다"

호소다 마모루 신작 ‘미래의 미라이’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호소다 마모루 신작 ‘미래의 미라이’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가족을 통해 생명의 커다란 순환, 삶을 구성하는 거대한 고리를 그려내고자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 등으로 감성 애니메이션의 거장 반열에 오른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신작 ‘미래의 미라이’로 돌아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호소다 마모루 감독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호소다 마모루 감독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최근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카페에서 만난 호소다 감독은 “‘미래의 미라이’라는 제목은 미래에서 온 미라이(극중 여주인공 이름)라는 의미도 있지만 미래의 미래, 그러니까 먼 미래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 가치관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증을 담고 있기도 하다”며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 아이의 시점에서 상상하고 고민해보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호소다 감독 가족을 모델로 한다. 네 살 짜리 아들이 여동생의 탄생 후 사랑을 잃은 인간 특유의 처절한 슬픔을 고스란히 보여준 데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후 12년 만에 나온 타임리프(시간여행) 소재 영화기도 하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주인공 쿤은 여동생 미라이의 탄생으로 인생 처음 위기감과 설움을 느끼는데 그런 쿤에게 미래에서 미라이가 찾아오고 쿤은 과거와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며 가족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기 시작한다. 동생의 출현은 어린아이가 겪을 수 있는 최대의 실연이지만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성장하는 계기이기도 한 셈이다.

호소다 마모루 신작 ‘미래의 미라이’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호소다 마모루 신작 ‘미래의 미라이’ /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영화에선 4대에 걸쳐 한 가족의 역사가 어떻게 한 개인의 정체성을 빚어내는지를 정성스레 보여준다. 감독이 느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나기도 한다. “타임리프를 소재로 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후회에 대한 영화입니다. 누구나 ‘그때 그렇게 할 걸,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따위의 후회를 하죠.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관객들이 타임리프를 좋아하는 것은 판타지로서가 아니라 극 중 주인공이 느끼는 후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 역시 타임리프는 후회의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타임리프를 할 수 있다면 내 인생에서 후회를 청산할 수 있는 시간대로 갈 겁니다. 우리 부모님이 젊었을 때로 돌아가 하지 못한 말, 행동을 다 해주고 싶어요. 그래야만 내 인생이 완결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이를 위해 좀 더 살아계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마음을 담았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동심 가득한 세계를 비추면서도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호소다 감독은 “어린아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더 나빠지지 않을지, 경제적으로 더 고생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며 “아이들이 지닌 건강함과 활기로 어른들의 불안을 날려주길, 아이들이 자라서 세상의 빛나는 부분을 찾아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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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프리랜서 건축가인 남편이 쿤과 미라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맡는 반면 아내가 직장생활을 이어가며 경제활동을 맡는다. 보통의 아시아 사회에서 지닌 가족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한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보여주고 모색한다는 점에서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의 가족은 변화의 한 중간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어머니는 가족을 돌보는 전통적 형태가 이제 거의 사라지고 부모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어요. 전통적 형태의 가족은 근대화의 산물이며 사회를 위해 개인이 봉사해야 한다는 의식에 뿌리를 둡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을 위해 사회가 봉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죠. 가족의 형태를 사회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가족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형태를 모색하고 정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가 지금 사회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어떤 것이 될지 고민하고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나와 고레에다 감독은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1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로 첫 해외 영화제 초청을 받았던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아니메의 황금기를 연 감독 반열에 올랐다. ‘미래의 미라이’는 애니메이션 장르로는 유일하게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제51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작에 선정, 아시아 영화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에 진출하게 됐다.

호소다 감독은 “지금까지 일본 아니메가 아이들이나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로 한정된 범위에서 발전했다면 이제는 장르를 뛰어넘어 더 많은 표현을 하고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주제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나의 작품에서 보편적인 주제를 봤기 때문에 칸이나 골든글로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16일 개봉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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