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트럼프 "나도 金과 만남 고대"...상응조치 요구엔 대꾸안해

金신년사 23시간만에 트윗화답

北의 '핵4不 언급' 그대로 인용

先비핵화 後제재완화 우회 표현

美 국무부선 이례적 논평 사양

北 "美, 제재만능주의 벗어나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데 대한 화답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요구한 ‘상응 조치’와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협박성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 역시 관련 논평을 이례적으로 사양했다. 대화 재개 실패 시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는 북한의 노림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미국 쪽으로 공을 넘기기 위한 차원으로, 북한의 양보는 끝났다는 의미”라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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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응답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공개된 후 23시간 만에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양 정상이 재회 의지를 주고받은 만큼 북미대화가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의전용 화답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빨리 답하는 것은 미국 조야 내 트럼프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사전에 조기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2일 “미국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제재 만능론과 그 변종인 속도조절론에서 벗어나야 2차 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지만 북한이 계속 요구하고 있는 제재완화 없이는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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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 대신 미 방송 PBS의 보도 중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남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는 부분을 트윗에 그대로 인용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곤궁한 처지에 있는 김 위원장에게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실질적인 비핵화를 먼저 단행한 후 제재완화를 얻어내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2016년에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4년차가 되는 해다. 이제는 김정은식 경제 성장 모델의 가시적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은 1일 30분 분량의 신년사를 낭독하는 동안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경제’라는 단어를 서른여덟 차례나 입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스물한 차례와 비교하면 열일곱 번이나 많은 수치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나 숫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비롯한 공개 연설에서 간혹 숫자를 거론하며 경제적인 목표치들을 제시했던 것에 비해 올해 신년사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정영현·박우인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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