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됐다.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뒤 384일 만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이날 자정을 기해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뒤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또 이와 별개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12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추가로 선고받은 바 있다.
불법사찰 사건의 1심 선고가 나기 전인 지난해 7월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구속기한이 종료되자 국정농단 묵인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에 우 전 수석을 구속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당시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여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 묵인 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공소사실로 구속 영장을 내줬다. 우 전 수석이 혐의를 다투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이 발부한 영장의 구속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재판부에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다시 요청했지만 법원은 “항소심에서 발부한 영장의 구속 기간이 3일 자로 만료되고, 불법사찰 사건은 1심에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불구속 상태로 진행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전 범죄 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새롭게 영장을 발부하는 게 가능한지 법리 다툼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이런 결과(석방)가 나오면 안 된다고 여러 의견서를 냈는데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형량을 모두 합하면 실형 4년인데 구속 연장을 안 해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 전 수석 측은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심급과 사건을 넘나들며 구속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우 전 수석은 1년여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우 전 수석의 두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에서 병합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날 0시 8분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우 전 수석이 구치소 밖으로 나오자 백여명의 지지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애국열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석방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나와 우 전 수석을 반겼다. 이들은 “힘내라, 우병우”라고 응원 구호를 외치는 한편, ‘조국 감방가라’, ‘임종석 감방가라’ 등을 외쳤다.
우 전 수석은 한 여성 지지자가 내민 꽃다발을 받고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석방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