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US]인공지능 작곡시대가 도래했다

창의성의 정당함에 대한 미래 토론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By Dan Reilly

“그건 속임수죠.” 자칭 음악 순수주의자들에게 작곡 기술의 혁신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도 이런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샘플링과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오토튠, 이 모든 것들은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히트곡을 생산하는 게으른 방법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이런 음악을 만드는 대표적 아티스트인 바닐라 아이스 Vanilla Ice, 게리 뉴먼 Gary Numan, 프린스 Prince, 티페인 T-Pain에겐 양해를 구한다).


앞으로 뮤지션과 음악팬들 사이의 새로운 논쟁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작곡이 될 것이다. 몇몇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곡 전체든 부분적이든 상위 40개 싱글 앨범의 20~30%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전망이다. 요즘 레코딩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통 오케스트라부터 힙합비트까지) 악기 연주를 구성·지휘하고, 분위기와 템포 또는 (헤비 메탈부터 블루그래스까지) 장르별로 편곡을 하고 있다.

기업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랩 Creative Labs의 공동 설립자인 레너드 브로디 Leonard Brody는 이에 대해 “자율주행차의 미래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 Creative Artists Agency와 합작투자로 설립된 이 업체는 음향 제작자들이 창작물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레벨 1은 기계를 조력장치 정도로 사용하는 단계, 레벨 2는 음악은 기계가 만들지만 연주나 노래는 인간이 하는 단계를 말한다. 레벨3은 이 모든 것을 기계가 하는 단계다.”

일반 청취자들은 상위 40곡의 3분의 1을 인공지능으로 만들게 된다는 사실에 놀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욕 소재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업체 앰퍼 Amper의 CEO 드루 실버스타인 Drew Silverstein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앰퍼가 만든 창작물은 뮤지션들이 ‘뼈대’-기타 연주의 리프나 하이햇 심벌 패턴 hi-hat cymbal 같은 독특한 악절-를 이용해 창작을 하거나, 그것을 다운로드 받아 재작업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실버스타인은 자동완성 툴을 음악창작 과정의 진화로 본다. “수백 년 전 양피지와 깃펜에서 시작해 아날로그 시절과 테이프를 거쳐 모바일 기기로까지

일러스트=포춘US일러스트=포춘US



발전했다. 이젠 인공지능으로 다음 걸음을 떼려 하고 있다.”

실버스타인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굴지의 IT 회사들도 인공지능이 탑재된 작곡 툴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IBM의 왓슨 비트 Watson Beat, 구글의 마젠타스 엔시스 Magenta’s NSynth, 소니의 플로 머신 Flow Machines, 스포티파이의 크리에이터 테크놀로지 리서치 랩 Creator Technology Research Lab이 대표적이다. 주로 아티스트와 레이블을 타깃으로 개발된 이런 자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음악과 판매차트의 데이터를 분석, 어떤 종류의 음악이 (그리고 언제) 차트에 오를지를 예측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최근 발전이 이처럼 대중음악에 활용되고 있지만, 그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20여 년 전 이미 팝 스타 데이비드 보위가 버베사이저 Verbasizer라는 애플의 맥용 프로그램 제작에 기여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입력된 가사의 특정부분을 임의로 추출, 새로운 의미와 분위기의 가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보위가 사용했던 짜깁기 기술의 진화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그는 머리에 떠오른 가사를 작성하고, 그것을 실제로 조각 내고 재배열해 막혀 있던 부분을 찾아냈다. 보위는 이 버베사이저를 이용, 1995년 아웃사이드 Outside 앨범을 발매했다. “당신이 마침내 보게 될 것은 의미와 주제, 명사, 동사 등 모든 것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내는 소리의 만화경이다.” 이 유명 팝 스타는 1997년 베버사이저를 다룬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티스트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작곡은 위협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주장한다. 아메리칸 아이돌에 참가했던 가수 타린 서던 Taryn Southern은 2017년 발매한 데뷔 앨범 ‘아이 엠 AI’에 앰퍼, 왓슨 비트와 그 밖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여덟 곡을 수록했다. 물론 사람의 도움도 받았다.


그녀는 “여덟 살 때부터 기타를 배운 사람들은 능숙하게 작곡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곡 하나를 써내려 가는데 한 시간밖에 안 걸린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겐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성과 샘플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사람이 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다. 그저 다른 형태의 작업방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프로듀서 겸 작곡가이자 블랙 아이드 피스 Black Eyed Peas의 멤버인 윌.아이엠 Will.iam의 또 다른 견해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을 인위적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에 대해 얘기할 때, 과연 그것의 어떤 요소가 창의적인 작곡가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인공지능이 작곡을 돕는다고? 발매를? 그걸 누가 듣냐고? 수익은 얼마나 올리냐고? 그것은 단지 새로운 머신러닝 툴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티스트나 그들의 기획사 입장에선 제작비부터 저작권과 로열티에 이르는 모든 비용, 결국 돈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서던의 경우, 자신의 앨범에 대한 작곡 수입을 앰퍼와 나눈다. 하지만 앰퍼 덕분에 그녀는 다른 비용을 쓸 수 있었다. 과거 같았으면 작곡가와 밴드연주자, 스튜디오, 홍보담당자, 촬영팀, 그 외 오늘날 전문 연예기획 같은 필수적인 요소에 필요한 자금들이었다.

그 외에도 윌아이엠은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 루서 밴드로스 같은 모든 작곡가들을 생각해보라. 물론 마이크와 엔지니어링, 녹음테이프는 다 돈이 드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이런 싱어송라이터들의 천재성을 흉내 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이 걸작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사용한 복잡한 녹음 과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당장 인공지능이 데이비드 보위의 명곡 스페이스 오디티 Space Oddity 같은 곡을 쓸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끼와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라면, 인공지능을 이용해 좀 더 빨리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다이트들 Luddites *역주: 산업혁명 당시 실업을 두려워해 기계를 파괴한 사람들과 미래학자들이 기꺼이 동의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 보위 같은 천재가 또 나오긴 어렵더라도 말이다.

▲숫자로 본 인공지능 음악

-12위: 그래미상 수상 프로듀서 알렉스 다 키드 Alex da kid와 IBM 슈퍼컴퓨터 왓슨이 공동 작곡한 앨범 ’낫 이지 Not easy‘가 2018년 7월 빌보드 인기 록 차트에서 기록한 첫 순위

-1만 3천 곡: 소니의 플로 머신이 2016년 프랑스 작곡가 브누아 카레이 Beno?t Carr?의 비틀스 풍 ‘대디스 카 Daddy’s Car‘를 작곡하기 위해 분석한 악보 수

-60억 달러: 2017년 643건의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분야에 집행된 벤처 투자액(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PitchBook 분석)

번역 이경진

정재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