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압박 논란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3·행정고시 57회)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무관은 3일 현재 유서를 남긴 채 행방이 묘연해 경찰이 소재 파악 중이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 취소를 요구한 인물로는 차영환(현 국무조정실 2차장)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목했다.
기재부가 2017년 11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같은 해 12월 4조6천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 담겼으나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런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에도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도록 무리하게 압박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 주장의 핵심이다. 신 전 사무관의 설명과 기재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적자 국채 추가 발행 요구는 실현되지 않았다.
기재부는 “차영환 전 비서관이 당시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도자료를 회수하라고 한 것이 아니라 12월 발행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오후 5시경 검찰에 고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 전 사무관의 행위가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외부에 무단으로 유출하거나 기재부와 청와대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 관해 스스로 판단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을 여과 없이 유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29일부터 유튜브와 고려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 올린 동영상과 글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정부가 기업은행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KT&G 사장은 외국인 주주 등의 반대로 교체되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1월 대규모 초과 세수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을 요구하는 등 무리하게 개입했으며,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1조원 규모의 국채매입을 갑자기 취소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에 기재부는 “강압적 지시는 없었고,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