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집 요구를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면서 대치 정국이 해를 넘겨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기재위 소집에 한목소리를 내며 공조에 나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 회의에 참석해 “정권이 목적에 따라 4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의 개입으로 국채 매입을 돌연 취소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나온 제보를 보면 국고 손실을 끼친 국채 매입 취소 건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고발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당 소속 정무위·기재위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상임위 소집을 비롯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에 대한 무차별적 명예훼손을 우려하며 공익제보자 보호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에도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바른미래당도 기재위 소집을 주장하며 발을 맞췄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과 실명까지 거론된 상황인 만큼 더는 기재위 소집을 늦출 수 없다”며 “(이번 사안은) 정치공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나 원내대표를 만나 기재위 소집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도 “운영위원회로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정조사·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야권의 이 같은 국조·특검 도입 및 상임위 소집 요구에 민주당은 단호한 입장이다. 사찰 의혹은 운영위를 통해 진상이 규명됐고 국채 관련 문제는 정상적인 논의 과정을 곡해한 주장이라는 논리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채 발행에 대해 기재부와 청와대가 협의하는 게 너무 정상적이고 압력이 아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의 일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상임위 소집 요구에 대해서도 “연초부터 상임위를 열어 여야가 볼썽사납게 대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