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나흘새 4명이나...'간병살인의 비극'

3일 양천구서 모녀 숨진채 발견

장기간 치매·장애·정신질환 가족

돌봄에 지쳐 존속 살해·자살

"간병 가족도 국가 관리 필요"

오랜 기간 치매·장애·정신질환 등을 앓아온 가족을 돌보다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존속을 살해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만성 질환자의 부양으로 고통받는 가족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경찰과 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딸과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어머니 A씨, 작은방에서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어머니가 남긴 유서에는 딸이 환청 등 이상증세를 보여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2월31일에도 경기도 고양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70대 노모는 암 수술을 수차례 받고 치매를 앓는 등 장기간 투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40대 딸이 오랫동안 간병하는 데 지쳐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간병살인’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투병생활이 아픈 사람과 부양가족 모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간의 돌봄이 신체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을 비롯해 가족관계 악화, 우울감 증가 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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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등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치매 노인의 증상 정도가 부양자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부양자의 자살 생각도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노인을 부양하는 보호자 10명 중 2명이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 지역 단위 정신보건센터 수가 환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증상의 경중에 따라 요구되는 다양한 서비스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만성 질환자 부양의 책임을 가정에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아픈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을 간병하는 사람들까지도 국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가가 개입하는 기준을 완화해 확대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족의 부양을 사회로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 사회가 상호 보완해주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부양하는 가족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부양도 가능하게 해주는 임시 간호(respite care)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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